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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니 Jan 19. 2023

불면의 밤

잠이 안 와서 쓰는 글



요즘 나는 자주 불면의 밤을 겪는다. 그렇게 이틀을 버티다가도 도저히 안 되는 날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수면유도제 한 알을 먹고 잔다. 그러면 겨우 잠을 자기도 하나, 다음 날 여지없이 온몸이 무거운 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나는 늘 그 작은 알약 앞에서 고뇌한다. 그런데 오늘은 그마저도 늦은 거 같다.


어느 날은 생각이 너무 복잡해서, 어느 날은 전 날 먹은 저녁이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어느 날은 손발이 시려서, 또 어느 날은 이유를 알 수 없이 잠을 자지 못한다. 그런 날은 그냥 깔끔하게 잠자기를 포기하는 편이 차라리 속 편하다.


오늘도 벌써 새벽 2시가 넘어가고, 6시면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일 오전 업무는 무슨 힘으로 버텨야 하나 또 하나 늘어난 걱정에 다시 한번 마음이 뒤숭숭할 따름이다.


그래도 오늘은 고요한 이 밤의 우주에서, 멈춰버린 세상을 구경하는 일은,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다. 오늘 나는 하루를 잘 살아냈는지, 후회가 남는 것은 없는지, 요즘 나는 대부분 행복한 지,  그리운 사람은 없는지, 나는 지금 괜찮은 지와 같은 것들을 드문드문 생각하며 구멍 가득한 시간을 보낸다.


아마 나는 잘 지내는 것 같다. 후회하지 않는 거 같다. 그게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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