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잔잔히 품고 살아가겠지
또 한번의 연애가 끝났다. 뿌릴 때부터 알았다. 이 연애에는 잔향이 오래 남겠구나. 너도, 나도 이 연애로 오랫동안 아프겠구나. 그리고 지금 나는 너의 잔향을 맡으며 어느 날은 너를 기다리고, 어느 날은 너를 기억한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에 솔직하지 못했고, 너를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를 찾을 때마다 홀로 고통스러워했던 그 모든 나를 모조리 사랑했던 너를 기다린다. 너를 통해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말의 거리낌없이 드러내던 타인의 민낯을 마주했고, 내가 어리석고 미련하고 한심한 사람으로 보여도 상관없게 만들었던 너를 기억한다.
거침없이 나를 사랑하던 그 잔향을, 말을 고를 줄 모르던 대범한 그 잔향을, 서툴고 어눌하고 원망스러운 그 모든 잔향을 나는 요즘 덤덤하게 품고 살아가고 있다. 내가 그렇게나 밉다며 눈물을 쏟아내던 너의 마지막 얼굴을 마음에 깊게 새기고 살아가고 있다.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과 함께 행복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다시 찾아오길 바라고, 나를 다시 찾아오지 않길 바란다. 후회하길 바라고,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결국은 행복하게 잘 지내길 진심으로 바란다.
네 덕에 나는 인생이란 결국 영혼을 섞으며 살아갈 사람을 찾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라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그 사람이 한 때 너이길 간절히 바랐다는 것을 꼭 알길, 그리고 모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