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6 Fri
언제나 늘 그랬듯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나를 내려놓자고 그리 다짐하고 떠난 이 먼 여정에서도 나는 나를 버리지 못했다. 흔히 체면을 내려놓는다거나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나는 언제나 극도의 겁을 먹고 있다. 이렇게 되어버린 계기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누군가 나를 조금이라도 어리석고 한심하게 보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일에 대해서 유별나게 예민한 편이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입을 다무는 일이었고, 이를 '나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는 최후의 보루'처럼 생각했다.
오늘 랩 수업을 들으면서 또 용기를 내지 못하고 혼자 쓸쓸하게 랩 수업에 참여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에 벙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먼저 다가가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결국 여러 스페인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나를 배려하고, 챙겨준 덕분에 겨우겨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나는 끝까지 그것이 내 체면이라고 생각하는 아주 같잖고 우스운 병에 걸려있었다.
나도 이런 내가 싫은 데, 도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