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표는 명작을 쓰는 게 아니라 나를 기록함으로써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이다.
보고 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창조함으로써 창작을 연습하게 되는 것이다.
이 노력이 루틴이 되는 순간, 내 모든 삶은 흘러가지 않고 어딘가에 기록되어 내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 준다.
지금 찍어 놓은 점들은 언젠가 연결되어 선이 되기도 한다.
쓸모없는 배움은 없었다.
- 최서영 저,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中 -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건 미래를 생각하는 거거든요.
희망이 없이는 일기를 쓰지 않아요.
단지 방향을 못 잡아서 그걸 일기에 쓰고 있는 것이죠.
이것은 나에 대한 역사의 기록이기 때문에.
나에 대한 애정이고,
나에 대한 삶의 의지를 드러내는 과정이죠.
- 알쓸인잡 中 -
일기, 블로그, 브런치.
나의 기록을 남기는 매개체들.
일기는 지금껏 항상 꾸준히 써왔다.
초등학교 시절, 그림일기부터 거슬러 올라가 내 삶에서 일기를 안 쓴 해가 5-6년 정도 될 것이다.
빠르게 흘러만 가는 시간을 생동감 있게 간직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진(혹은 영상)과 글이라 생각된다.
어느 순간부터 일기에 더욱 진심이 되어 나만의 수필로 책 제본을 한지 오 년 차가 되었다.
내게 기록이란 것은 한편으로는 힘든 존재이면서도
삶에서 절대 떼어낼 수 없는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라는 사람 자체를 이루는,
나의 삶의 일부나 마찬가지이다.
잊고 살았던 지난 기록을 마주했을 때의 감각은
사라져 버렸던 시간을 다시 찾은 것처럼 또렷했다.
사실상 일기 하나 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퇴사를 하고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 보니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다.
일기, 블로그, 브런치.
세 가지를 동시에 병행하며 나를 기록하기란 시간적,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 이유는 집요하게 일기로 기록하는 것에도 이젠 조금 지쳐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며 시간을 투자하기도 모자란 마당에 과거에 집착해서 기록하고 투자하는 시간이 언제부턴가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열심히 쓴 최근 몇 년 간의 일기를 세세하게 제대로 읽어 볼 여유조차 없이 살아가는데 과연 이게 맞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과거의 기록도 너무 많이 쌓이면 다 들여다보기도 어렵지 않은가.
노년기에 퇴직하고나 제대로 볼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가도 그땐 노안이라 글을 읽기도 어려울 텐데 라는 우스운 결론까지도 스쳐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조금 더 힘을 모아 기록의 폭을 넓혀가려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의 성장을 위해서이다.
기록에 대한 나의 확신이 위처럼 애매모호했지만,
마침내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과거의 그 작은 기록 하나하나가 모여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양분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
새로운 기록을 시작하기 위해선
나에게 이러한 선명한 확신이 필요했다.
기록해서 내가 잃는 건 무엇일까.
기록에 투자하는 시간?
그마저도 미래의 양분이 되어줄 것을 생각하면 투자의 개념이기 때문에 잃는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의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 가는 것.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흐린 시야를 벗어나 스스로를 잘 알아갈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일상, 여행, 나의 생각.
내 삶을 이루는 것들에 대하여
기억과 영감, 인사이트를 나의 자산으로 남길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기록한다.
24.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