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


여행을 계획할 때 '어디로 가느냐'가 가장 첫머리에 등장한다. 그러나 여행 고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랑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그런 점에서 이번 여행은 첫 단추를 기막히게 꿰맨 셈이다. 초등학교 동기 부부. 같은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이 조합보다 더 나은 묶음이 있을까?


오늘은 여행 나흘째 날.


두 가지 소중한 자연 문화 경관을 보았다. '설탕빵산'과 '거대예수상'. 둘 다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설탕빵산'은 바게트 빵 모양의 거대한 바위산이다. 곰 형상이면 곰바위, 칼 형상이면 칼바위 하듯이.

그래서 '팡 지 아수카르 (포르투갈어로 설탕빵)'라 불린다. 또 다른 이름으로 설탕 덩어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슈가로프(Sugar Loaf) 산'이라고도 한다. 그러니 '빵산', '설탕산', '설탕빵산' 등 아무렇게나 불러도 된다.

허나 '설탕빵산'의 강점은 그 모양에 있지 않다. 비록 400m 조금 못 미치지만 그 위에 올라서면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리오 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음이다. 두 번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그곳은 정말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득히 펼쳐진 대양과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 정말 한 폭의 그림이었다.


리오 - 설탕빵산.jpg (설탕빵산)


그리고 오후엔 거대 예수상 관람.

아시다시피 브라질 관광 홍보자료 첫 페이지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바로 그 예수상이다. 헌데 안개가 자욱하여 제대로 볼 수 없고, 가끔 안개가 잠시 그칠 적마다 살짝살짝 감질나게 제 모습을 보여준다.

벗들은 제대로 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가이드조차 이곳에 와 열 번 중에 아홉 번은 봤다고 했는데... 그렇지만 내겐 그게 더 다가왔다. 우리가 쫓는 꿈도 바로 이렇지 않을까. 손에 잡힐 듯 말 듯 다가왔다가는 안갯속에 잠겨 내 손을 떠나듯이.


리오 - 거대예수상.jpg (일행이 찍은 거대예수상 - 흐릿해서 더욱 의미 있는)


그러나 리오 여행의 압권은 이 둘이 아니라 '이파네마(ipanema) 해변'에서의 멋진 추억이다.

오랜 벗 가운데 세계 여행을 즐기며 음악에 남다른 조예를 지닌 이가 있다. (그는 지금 부산 송도에서 문화공간을 자비로 운영함)

그가 전해준 정보에 따르면 숙소 가까이에 '보사 노바 음악'의 시발이 된 음식점이 있다는 게 아닌가. 그때 음악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벗이 끼어들었다. 음악은 처음 2박자 또는 3박자 리듬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 두 박자의 리듬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 좀 더 색다른 맛을 즐기고자 2박자를 두 배로 늘여 4박자로 만들어냈는데, 여기에도 만족 못하자 그것을 변형시켜 2/4박자, 3/4박자, 4/4박자로 변화를 주다가 마침내 5/4박자까지 만들어냈다는...

그는 한 마디 더 덧붙였다. 그런 음악 미학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용어가 바로 '일탈'이라고. 일탈, 즉 이미 짜인 정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이 일탈이 음악을, 예술을 새로운 경지로 이끈다고.


리오 - 이파네마1.jpg (보사 노바 음악 탄생 음식점에서 연주하는 악사)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예술 분야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은 다들 일탈을 시도했다. 문학에서, 미술에서, 무용에서 다 우리가 추앙하는 예인들의 작품은 다 일탈의 결과물임을...

'보사 노바'는 4박자 리듬을 바탕으로 했는데 그 사이에 간간히 5/4박자 리듬을 밀어 넣었다. 즉 서양의 전통적인 4/4박자 리듬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혁신적인 음악을 창시한 셈이다. 그래서 보사 노바(Bossa Nova)라는 포르투갈어에 '새로운 경향'이란 의미가 담겼음인가. 기존의 가치를 뚫고 나오려는 아웃사이더의 기상이 담긴 음악이라는.


저녁을 먹을 겸 보사 노바 음악을 세계에 알린 "The girl from ipanema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란 노래 탄생의 음식점을 찾아갔다. 거기서 직접 기타를 연주하는 악사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들도, 작은 일탈의 동지들도 한 마음이 되어 보사 노바 음악 속으로 빠져들었다.


리오 - 이파네마2.jpg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를 낳은 음식점)


공자는 [논어] 술이(述而) 편에서,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가르침을 남기셨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받들 만한 사람이 있다'는 뜻.

가이드조차 모르는 '보사 노바'란 음악에 대한 얘기를 뉘에서 들으랴. 거기에 담긴 '일탈'의 속뜻을 어디서 얻으랴. 그래서 우리 일행에 나의 스승도 함께 하니 그 아니 즐거우랴.


사람이 좋다.

벗들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다.

보사노바 연주자가 켜는 기타 음률과

잔잔히 밀려왔다 사라지는 파도소리.

거기다 화룡점정의 생선 요리


이들의 합주에 리오의 밤은 무르익어만 간다.


*. 커버 사진은 리오 데 자네이로의 자랑인 '코파카바나 해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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