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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Nov 26. 2024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227)

제227편 : 원성 스님의 '홀딱벗고새의 전설'

@. 오늘은 원성 스님의 시를 배달합니다.

 

   홀딱벗고새의 전설

                                 원성 스님


  홀딱 벗고

  마음을 가다듬어라.

  홀딱 벗고

  *아상도 던져 버리고.

  홀딱 벗고

  망상도 지워 버리고

  홀딱 벗고

  욕심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홀딱 벗고

  정신차려라.

  홀딱 벗고

  열심히 공부하거라.

  홀딱 벗고

  반드시 성불해야 해

  홀딱 벗고

  나처럼 되지 말고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아득한 옛적부터 들려오는 소리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들려오는 소리

  강당으로 향하는 길목에 어김없이 들리는 소리

  온종일 가슴 한켠 메아리치는 홀딱벗고새 소리


  공부는 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다가

  세상을 떠난 스님들이 환생하였다는 전설의 새

  공부하는 스님들에게 더 열심히 공부해서

  이번 생에는 반드시 해탈하라고 목이 터져라 노래한다.

  홀딱벗고

  홀딱벗고

  홀딱벗고.

  - [거울](2001년)


  *. 아상(我相) : (불교) 오온(五蘊)이 화합하여 생긴 몸과 마음에 참다운 ‘나’가 있다고 집착하는 견해


  #. 원성 스님(1973년생) : '동자승' 그림으로 유명하며 그림 에세이 [풍경] 등 수 편의 베스트셀러 작가. 그림은 물론 수필 시 소설 등 문학 부문에도 영역을 넓혔으며, 3년간 영국 유학 마치고 2006년 돌아온 뒤 도를 닦으시는지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짐




  <함께 나누기>


  한국어 영어, 독어, 불어, 일어, 중국어... 모든 언어는 그 발음이 다 다르지요. 원래 그렇게 생겼으니까요. 혹 이런 의심 해본 적 없습니까? 아무리 글자가 달라도 같은 동물이 내는 울음소리는 똑같거나 아주 비슷할 거라고.

  한 예로 세계 각국 닭의 울음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한글 표기대로 씀에 양해를 구합니다)

  '꼬끼오'(韓), '코크-아-두들두'(英), '워워'(암탉은 ‘거거’, 中), '코코데'(利) '꼬께꼬꼬'(日), '키케리키'(獨), '꼬꼬리꼬'(佛), '쿠카레쿠'(露)...

  이상하지 않습니까? 물론 비슷한 발음도 있지만 전혀 엉뚱한 발음도 있습니다. 언어학에선 자의성로 이를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한 나라 안에선 어떨까요? 시에 나오는 ‘검은등뻐꾸기(딴 이름 ‘홀딱벗고새)’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기합니다. 일단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대로 다 적어봅니다.

  '첫차 타고 막차 타고', '언짢다고 괜찮다고', '혼자 살꼬 둘이 살꼬', '너도 먹고 나도 먹고', ‘작작 먹어 그만 먹어’, 그리고 스님 귀엔 '머리 깎고 빡빡 깎고'로 들린다는 우스개도 전합니다.


  오늘 시에 나오는 홀딱벗고새란 이름에 얽힌 불교 전설이 둘입니다. 하나가 시에서처럼 공부를 게을리 한 스님이 환생한 새라는 설. 즉 수도에 정진하던 스님이 남편을 저승에 보내고 명복을 빌기 위해 절을 찾아 탑돌이 하던 여인의 모습에 마음 빼앗겨 공부를 소홀히 하였는데 그 스님이 환생하여 전생의 게으름을 후회하며 우는 새가 되었다는 설.

  둘째는 한여름에 스님이 공부하다가 너무 더워 개울에서 발가벗고 목욕할 때 그 새가 보고 놀리느라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울기에 전해졌다는 설. 셋째(제가 만듦)는 수행하는데 승복도 거추장스러우니 몸에 걸친 모든 걸 다 벗고 용맹정진하는 모습을 본 새가 그렇게 소리냈다는 설.


  내년 봄이면 우리 집 뒤 산 위에서 '홀딱벗고새'가 울어댈 겁니다. 아상도 망상도 홀딱 벗고, 욕심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홀딱 벗어 던져야 할 텐데...



  *. 우리 귀에 ‘뻐꾹 뻐꾹’ 하고 들리는 새는 일반적인 뻐꾹새며 ‘홀딱벗고새’가 아닙니다. 한 번쯤 들어봐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들어볼 때마다 소리가 다르게 들리니까요.

  사진 첫째가 검은등뻐꾸기, 둘째가 일반 뻐꾸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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