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희 시인 : 법명(法名)은 ‘소야’. 월간 [아동문예]와 [대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현재 전북 김제군 ‘무주암’에서 도 닦는 스님으로, 시인으로, 동화와 동시 쓰는 아동문학가로 살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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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자 가장 먼저 한 일이 머물 집 구하기였습니다. 그래서 생전 처음 서울 땅을 뒤지고 다녔지요. 애초엔 웬만큼 발품 팔면 구할 줄 알았습니다. 허나 우리가 부담 가능한 금액으론 들어갈 방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고시원으로 갔는데 마침 거기도 유리창 있는 방은 다 나가고 유리창 없는 꼭 감옥 같은 방만 하나 나와 있었습니다. 순간 내가 술 한 번 덜 마시고 고기 한 점 덜 먹고살자는 심정에 거길 나와 찾아다니다 코딱지만 한 원룸을 만났습니다. 거기도 고시원의 두 배.
마침 같은 학교 선생님 딸도 같은 대학 들어갔다는 말에 둘이 머물도록 했습니다. 아빠만 같은 학교 근무할 뿐 저희 둘은 전혀 모르는 사이. 그렇게 지나나 했더니 연년생인 아들도 그 학교에 입학. 딸 아들이라 원룸에 둘 수는 없는 일.
고민하며 찾아다니다 적당한(?) 집을 구했는데 오늘 시에서는 지하 셋방이라 표현한 '반지하방'. 말만 반지하방이지 지나가는 사람의 발만 보였고, 30cm 높이의 창문만 없으면 완전 지하방이니 정확히는 4/5 지하방.
오늘 시를 보면서 문득 그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이제 딸 아들은 다 결혼하여 집을 마련해 둘 다 그때보단 낫게 살고 있습니다.)
신천희 스님 시인은 참 유별납니다. 스님이면서 불후의 명작 「술타령」 썼으니까요. 스스로 자신을 ‘땡초’라 합니다. 땡초라야 자기 내면 속의 진짜 부처님을 만나 성불할 수 있다면서.
오늘 시는 (사실 동시) 따로 해설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다만 한 가지 발상이 아주 탁월합니다.
“겉보기와 다르게 / 햇살이 / 나보다 더 추위를 탑니다”
어떻게 햇살이 사람보다 추위를 더 많이 탄다고? 누구도 생각 못한 발상이라서 읽는 이의 눈을 크게 뜨게 만듭니다. 동시니까 쉽게 생각하고 읽으면 별 뜻 담기지 않았다고 읽어도 됩니다. 헌데 다음 연에서 살짝 ‘트릭’을 장치했습니다.
“나는 내 방에서 / 호호 불며 잘 지내는데 / 햇살은 / 내 방이 춥다고 / 아예 들어올 생각도 안 합니다”
이제 시인의 '트릭'을 한 번 볼까요. 그냥 읽으면 ‘겨울이 되어도 햇살이 잘 들어오지 않는 방에 지냄’을 재치 있게 표현한 시로 보입니다. 그만큼 지하셋방이 얼마나 추운지를 강조한 표현으로 봐도 되구요. 겨울철 가장 추울 때 햇살도 잘 안 들어오니 얼마나 힘들까요.
그런데 다시 읽으면서 이 ‘햇살’이 온정을 비유한 표현이라면, 날이 추울수록 불우한 이웃을 위해 온정을 베푸는 손길이 적어짐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세상살이 팍팍하면 할수록 온정도 더 팍팍해진다니. 올겨울도 그분들에겐 더 시린 겨울이 될까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