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삭발인들의 희망은 어디에
무소유, 비울수록 채워진다는 어느 스님의 말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바람직한 마음수양을 표현한것이겠지만 한가지만큼은 비울수록 슬퍼지는 것이 존재한다. 바로 인간의 모발, 머리에 존재하는 그녀석이다. 이녀석 만큼은 사라질수록 채워지기는 커녕 점점더 안타깝다. 이는 2021년 현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동일한것 같다. 소리없는 전쟁 탈모, 이 이슈를 해결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아마도 노벨상 다관왕(생리의학, 화학, 평화상?도 가능하지 않을까...)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탈모의 해결책은 결론적으로 아직 밝혀 지지 않았고 탈모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 단지 노령인구의 증가때문이 아니라 점점더 다양한 연령으로 확산되고 있다. 원인이 스트레스이건 유전이건 환경오염이건간에 많은 인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고 탈모인수는 1200만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중장년이상에서 나타나고 남성에만 국한되어 있는것으로 인식되던 탈모가 점점 연령은 낮아지고 여성들에게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면서 그 현상에 대한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요새 탈모치료를 모발이식, 약물치료, 샴푸, 마사지 심지어 문신까지 등장하지만 어느것도 맘편하게 이루어지는것은 없다. 나름의 리스크와 부작용이 혼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 포텐셜로 따지자면 모빌리티 산업에 버금가는 볼륨의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탈모시장과 탈모로 인한 고통속에서 우리가 한가지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준비해야 한다. 탈모인의 한사람으로서 이글에서 나누고싶은 의미는 이것이다.
탈모를 이해하는 자신감있는 탈모 스타일링.
1. 탈모인의 스타일링
과거의 한국사람들, 우리의 선배들은 대부분 한가지 스타일링 방법으로 이 탈모와 공존해왔다.
옆돌리기
현실적인 궁극의 기술이다. 아마 이름만 들어도 알겠지만 탈모가 보통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이어지기때문에
상대적으로 머리숱이 많은 얼굴 옆의 귀언저리 머리를 길게 길러서 상대적으로 모자란 부분을 빨래 널듯 널어서 가리는 방법이다.
필자의 경우 머리가 빠진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 하면서 하나 생각한것은 저 옆돌리기 만큼은 지양하자고 생각했다. 그냥 그랬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삭발을 하게 되었다. 슬픈 전설은 이렇게 소리소문도 없이 시작되었다.
탈모로 인해서 삭발을 하거나 스킨헤드를 하는것은 그나마 최근에서야 좀 나아진 편이긴하다. 주변의 시선에서 옆돌리기보다 삭발이 오히려 눈에는 더 띄기도 한다. 하지만 모자란 현실을 감추는자와 당당히 인정하고 드러낸 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인지 삭발은 좀더 심리적으로는 편안한것같다. 감춰지지 않는것을 감추려는것 보다는 그냥 까발리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마음은 편한것 같다. 물론 가발과 같이 나의 자연적인 일부가 아닌 인위적인 기구의 도움도 유효하긴 하다.
최근에 알게된 사실로 헤어디자이너중 탈모인들의 모발을 모으고 숨기고 얼르고 해서 실제 모발처럼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결과물을 보면 정말 조물주에 가까운 '모(毛)물주'로 이런경우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수입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절실함으로 그 디자이너를 찾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말일것이고 그만큼 까다로운 작업일 것이다.
탈모가 시작되고 나면 고민중의 하나는 이와 같은 헤어 스타일링이다. 가발을 쓰거나 하더라도 기존 모발을 어느정도 정리는 해주어야 하고, 만약 이런 디자이너를 찾아간다고 해도 매일같이 가기엔 비용도 부담이 되기도 하고 이래저래 매일갈수는 없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다소 허술한 상태로 다니게 된다. 썩 내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일반 미용실을 가자니... 별로 깎을건 없다. 돈은 다내고, 게다가 별다른 스타일도 없다. 좀 더 깔끔한 옆돌리기냐 좀 덜 깔끔한 옆돌리기냐의 차이다. 그리고 깎고 나서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머리가 지저분한 느낌이 들곤 한다. 이는 탈모인이 가진 또하나의 슬픔이다. 없는것도 서러운데 그까이꺼를 자주 관리를 해야 하다니.
이럴바엔 차라리 '삭발형 셀프 이발'을 추천한다. '어떻게 혼자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어렵지 않다. 일단은 바리깡(전동이발기)을 사야 한다.
주의! 주변 마트에가서 사는 "가정용"이라고 된 바리깡들은 대부분 성능이 상당히 밋밋하다. 머리칼은 목언저리의 얇은 머리카락이나 항상 누워있는 귀뒷머리등이 상당히 깎기 어려운 대상인데 이런 것들을 잘 정리하려면 가정용을 넘어서는 성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비쌀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상품들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혹은 남대문 미용재료상점에서 삼사만원대면 충분했었다. 남성도 미용실에서 컷트 한번에 이삼만원 이상 한다는것을 감안해보면(단 블루클럽은 만원이하입니다) 수년동안 사용하는 전동이발기와 비교했을때 엄청나게 경제적인 선택이다.
이러한 셀프이발은 머리를 꽤나 짧게 깎을 용기가 있는 경우에 선택되는 옵션이다. 셀프이발로는 2:8 가르마를 위한 스타일링 같은 머리는 어렵기 때문이다. 옛날 옛날 '스포츠' 혹은 '스포츠가리'라고 불리던 짧은 머리를 넘어서서 밀리미터단위로 길이를 말하는 짧은 삭발 스타일인 경우에 유효하다.
스타일링
이것도 그렇게 손쉽지 만은 않지만 보통 두가지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1. '눈물의 투블럭 컷'이다. 다양한 이발기에 캡이 있으니 두가지 길이를 정하고 나선(예: 12mm, 9mm) 옆머리와 뒷머리 부분은 좀더 짧은(9mm) 길이캡으로 일관되게 정리를 하고나서 그 이후에 정수리부터 앞머리까지의 라인을 상대적으로 긴 길이캡(12mm)으로 정리를 한다.
탈모가 있으면 보통 정수리부터 앞머리는 좀 부족하고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풍성하기 때문에 주변머리를 좀더 깎아주어야 균형이 그나마 맞아보이게 된다. 이 밸런스는 본인이 보면서 그 정도와 깊이를 조절하면 좋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말것. 모자란 부분이 채워지는것은 아니다. 조금 도와주는것뿐...
2. 이번엔 '스님컷'으로 동일한 길이로 슥싹 밀어내는 것이다. 이건 깎기는 좀더 편할지 모르겠지만 비어있는 부분이 좀 도드라지는 느낌이 있다. 이런 도드라지는 느낌을 줄이려고 하다보면 점점더 길이는 짧아지게 되고 결국에는 제일 짧은 길이로 밀게 되고 여기에서 한발더 나가면 면도까지 하는 스킨헤드가 완성되버린다...본의아니게...
위의 두가지 컷트 방식은 모두 조금씩 짧아지다가 마지막엔 스킨헤드로 가게 되는것이 탈모인의 셀프 컷트의 라이프사이클이다. 지금 본인도... 스킨헤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지막을 맞이할 준비중이다.
추가로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것은 셀프로 컷트를 한다는것은 직접 보기 힘든 부분의 정리가 다소 어설플수 있다는 것이다. 귀 뒷부분이나 목에서 뒷머리 라인에 잔털들이 주로 미흡하게 되고 나머지 시선이 닿지 않는곳들은 아무리 거울로 이리저리 보아도 좀 미흡할수 있으니 가족이나 연인 친구에게 점검을 받는것이 가장 바람직 하다.
비자발적이라도 삭발 스타일링으로 우리는 세가지 이점을 상대적으로 가질 수 있다. 옆돌리기같은 감추는 삶에서의 탈피, 스타일링을 위한 시간의 절약, 그리고 경제적인 절약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감추기 급급한 스타일링에서 좀더 당당하게 노출하고 변화하는 스타일링으로 탈모인들의 설자리가 넓어 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탈모는 사람의 '체형의 차이'과 같이 '자연스러운 모발 밀도와 범위의 차이'일뿐이라는 자연스러운 의식이 마련되길 바란다.
스킨헤드 이외에도 변발을 응용한 헤어스타일이나 뒷머리만을 기르는 스타일링등 개성있는 헤어스타일링으로 세월과 함께 혹은 별개로 찾아오는 모발의 이탈도 조금은 마음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