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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번째 행인 Mar 27. 2021

코로나 시대 일본의 벚꽃 구경

벚꽃 공간 대여부터 드론 생중계까지

[자매2의 혼잣말]


벚꽃도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나 보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여의도 벚꽃 축제가 취소됐단다. 대신 추첨을 통해 제한된 인원에게 만개 기간 중 현장에서 꽃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윤중로 관할 지자체인 영등포구의 결정인데,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4월 1~12일까지 국회의사당 뒤편의 벚꽃 길을 전면 통제한단다. 단, 통제 기간 동안 ‘봄꽃 산책 프로그램'을 운영해 추첨으로 3,500여 명에게 관람 기회를 준다.


어릴 때부터 '치토스 한 봉지 더'도 나온 적이 없는 똥 손이기도 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몰릴지 예상이 되기에 이번 추첨은 응모할 용기조차 나지 않는다. 길어지는 팬데믹에 '꽃이라도 보자'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런 상황이니 통제해야 한다'는 자치구의 마음도 다 이해가 가기에 추첨제에 대해 왈가왈부하기가 조심스럽다. 그저 '추첨권 당근 마켓에 파는 님들 나오지 마소'라고 바랄 뿐.


상황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긴급사태 선언이 해제되긴 했지만, 여전히 확진자 수는 어마어마. 주요 자치구는 벚꽃 축제를 취소했고, 행사를 강행하는 곳도 운영 시간을 예년에 비해 크게 단축했다. 이렇다 보니 저마다의 방식으로 벚꽃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일본 방송에서 소개된 흥미로운 기사가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름하야 '코로나 시대의 각양각색 벚꽃놀이'다.



1. 벚꽃 공간 전세-하나미 플렉스

벚꽃 나무 아래 공간을 대여해서 꽃구경을 할 수 있단다. /COMORIVER



일본 사이타마현 소재의 한 리조트 회사는 최근 '벚꽃나무 한그루 전세내기'(桜一本貸し切りプラン) 상품을 내놓았다. 바비큐 구이와 꽃구경이 가능한, 벚꽃 나무 아래 전용 공간을 돈 주고 몇 시간 빌리는 거다. 1개 구획 전세 금액은 4,400엔. 이용시간은 기본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4시간이지만, 시간당 1,100엔을 추가하면 최대 17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우리 돈으로 4만 5,000원 좀 넘는 금액이다

그런가 하면 벚꽃 나무에 둘러싸인 400제곱미터 공간을 독점하는 상품도 있다. 5시간 이용에 드는 비용은 1만 5,800엔. 16만 원이 넘는 돈이다. 1개 그룹, 최대 10명이 이용할 수 있는데 바비큐 파티 용품과 텐트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2. 내가 직접 키워 본다-분재파

뉴스에 등장한 분재용 벚꽃. 직접 이를 키워본 아나운서가 '정말 쉬웠다'며 극찬을.../ANN 뉴스 화면 캡처


이건 보고 '와 신박하다' 싶었던 아이디어다. 바로 벚꽃 분재. 작은 화분에 심은 벚꽃을 직접 키워 개화의 순간을 만끽하는 것이다. 하나에 4,180엔인데, 인터넷 주문은 완판이 돼 지금은 현장 판매만 진행한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직접 키워봤는데, 일주일 만에 꽃이 폈단다. 키우는 게 까다롭지도 않다고. 볕 잘 드는 곳, 통풍 잘 되는 곳에 두고 물만 틈틈이 줬더니 꽃이 피었다고 한다. 물론 사방으로 흩날리는 벚꽃잎의 장관을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직접 키워 보는 것도 또 다른 꽃구경 아닐까 싶다.



3. 드론, 네가 고생 많다-온라인 하나미

27일 하루 생중계로 진행 중인 일본 벚꽃 드론 프로젝트 2021. 일부 영상은 현기증 유발하니 주의하시길./유튜브 캡처


딱 오늘이다. '벚꽃 드론 프로젝트 2021'

지금 벚꽃 드론 프로젝트 2021 →이 링크로 들어가면 오늘 하루 동안 드론으로 찍은 주요 명소의 벚꽃을 생중계로 보여준다. 이 글을 올리는 시간이 2시께 이므로.. 5시부터 다음 회차 하나미 생중계를 볼 수 있다. 해질 무렵의 5시와 벚꽃 야경이 펼쳐지는 저녁 시간에 한번 더 생중계를 한다고 하니 재미 삼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낮시간 때 방송된 영상도 재생 타임을 앞으로 돌려 다시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면서 '함께 벚꽃놀이'하는 코로나 시대의 하나미라니... 신박하면서도 아쉽다. '벚꽃만큼의 사람을 견뎌야 하는' 오프라인 꽃놀이가 싫은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겠지만...


사실 이 드론 프로젝트 외에도 각지의 벚꽃 명소 영상을 방송하는 유튜브 채널이 많으니 참고들 하시길.






봄비 내리는 오늘, 외출하는 길에 보니 곳곳에 벚꽃이 피어 있어 놀랐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차 타고 회사-집-회사-집 하다 보니 봄이 가까이 찾아온 것도 모른 채 지냈던 것 같다. 어차피 나는 윤중로 추첨이 안 될 게 뻔하니... 오늘 생중계로 벚꽃놀이에 참여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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