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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월면 지역 역량 강화 (2)

2023년 로맨틱 뮤지컬 ‘단월 연가(戀歌)’ 달콤한 주민의 노래

by 홍안유

(初演

섬사람에게 해는 바다에서 바다로 지는 게 진리이죠. 또 산골 사람에게는 산봉우리에서 해가 떠 산봉우리로 지는 게 당연합니다. 같은 해인데 어디서 경험하느냐에 따라 체감도가 다릅니다. 저는 지역 역량 강화의 가치 중 하나가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경험을 안겨주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단월면 주민 뮤지컬의 출발도 바로 그 점이었죠. 몸소 겪어봤다는 사실이 주는 경이로운 힘을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회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주민 뮤지컬은 한 가지 만을 경험하는 게 아닙니다. 노래, 춤, 연기, 그리고 연습 과정에 우러나는 동질감과 자신감을 몸소 채워 넣는 것입니다. 2023년 5월까지 준비 운동을 하고, 6월부터 본격적인 교육과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무대에서 해가 뜨고 무대에서 해가 진다는 또 하나의 경험을 함께 만들기 위해서였고, 교육과 훈련의 1차 종착지는 10월에 개최하는 <단월 문화의 밤>이었습니다.


힘든 여정을 함께 하기 위한 전략! 최고의 강사진


창작뮤지컬 한 작품 무대에 올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배우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눈물과 땀을 쏟고요. 스텝은 스텝대로 자신의 역량을 바쳐 가장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제작자는 마른 수건 쥐어짜듯 고군분투하면서 비용 마련에 애가 탑니다. 큰 무대건 작은 무대건 힘겨움의 무게는 같습니다.


뮤지컬을 잘 모르고 단원이 된 주민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지요. 하루는 “내가 전생에 뮤지컬 배우였나 봐!” 자신감이 차오르다가도 또 어떤 날은 자신감이 바닥으로 내려앉아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말이 툭 나왔습니다. 주민들이 뮤지컬 배우의 꿈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도록 붙잡기 위해서는 주민을 안심시키는 일 우선이었고 그 방법은 최고의 강사진을 꾸리는 일이었고 감독 영입이 최우선이었습니다.

image06.png 연출·대본(백송희 감독) 음악연출(김민정 뮤지션) 보컬지도(재즈 나혜영) 춤지도(박시현 안무)

백송희 감독은 원주시 하마비프로젝트 총감독이자 원주시 중앙동도시재생지원센터 주민협의체 예술전문가 위원, 강원문화재단 이사,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 원주지회장으로 무주 동계유니버시아드 기념 대축제를 비롯해 50여 편 이상 작품을 무대에 올린 극작과 연출 대가입니다.


보컬 지도 김민정 가수는 싱글 음반 발매, KBS 드라마 ‘컬러’ ost ‘아무 일 없던 것처럼’,‘좋은 남자 좋은 여자’ OST 참여와 KBS 만화영화 ‘신데렐라’,‘돌고래 요정 티코’ 주제가, 영화 ‘아찌아빠’ OST ‘슬픔 속의 너 2‘ 등을 불렀고 대학로 서울 재즈 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한 만능 엔터테이너입니다.


나혜영 재즈 가수는 미국 보스턴 버클리 음대 졸업 후 주로 뉴욕, 시드니,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을 위상을 높인 인재입니다. 또 한국 재즈 1세대 신관웅 밴드와 함께 한국의 재즈를 확장한 가수로 현재도 매년 콘서트를 개최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춤 지도를 맡은 박시현 안무가는 ’ 프로젝트 원, 투, 퀴어 엔포 우리의 몸짓은 춤이 될 거야 ‘ ’ 무용작품 ‘구르는 돌처럼’ 등 많은 공연에 참여한 신예로 단월 주민 뮤지컬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꿈이 있다는 것,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의 놀라운 힘


매주 최소 1~2회 이상 최고의 강사진과 함께 대사를 익히고, 춤추고 노래하며 호흡을 맞춰가는 주민의 모습을 보면서 꿈이 있다는 것,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답답한 현실을 이기는 청량음료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루, 한 주, 한 달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의 실력은 기대 이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주민과 함께 만든 단월 로맨틱 뮤지컬 <단월 연가>는 대본도 완벽했습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단월 주민의 열정과 사랑이 단월의 사계(四季)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토리로 구성하여 몰입감이 충만했습니다. 창작 주제곡 ‘단월 연가’ 역시 어디 내놓아도 꿀리지 않은 감미롭고 힘 있는 노래였습니다. 연습 때마다 배우의 마음속에 감동의 물결이 흐르는 것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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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0일 역사적인 초연(初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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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0일 늦은 가을 일요일 저녁, 단월면 주민들이 꿈을 이뤘습니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가자라는 걸 우리는 압니다. 단월면 주민은 <제1회 뮤지컬 in 단월 문화의 밤>의 구경꾼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주인공이었습니다. 면 소재지 보룡리와 10개 배후 마을주민이 모두 모여 1년 동안 배운 솜씨 자랑하고, 1년 동안 맹훈련 한 주민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전국 면 단위로서는 최초로 주민 창작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자랑스러운 마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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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아트 공연을 무대배경으로 도입하여 단월 아름다운 사계를 배우의 연기에 맞춰 순식간에 재현, 주민에게 경이로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뮤지컬 공연 속에 또 하나의 공연으로 특별한 볼거리 제공하여 문화예술을 누리도록 한 건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 싶습니다.


특별한 초대 손님 국민 안내양 가수 김정연


이날 어르신들의 뽀로로 불리는 KBS ‘6시 내 고향’ 국민 안내양 가수 김정연 님이 전국 면 단위로서는 최초로 단월면에서 주민 창작뮤지컬을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KBS ‘6시 내 고향’ 인생길 따라 시골길 따라 주제곡 ‘고향 버스’를 ‘단월 버스’로 바꿔 부르면서 객석 뒤에서 김정연 님이 등장하자 어르신들의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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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언론에서도 2023년 10월 20일 <제1회 뮤지컬 in 단월 문화의 밤>을 상세히 전해주었고, 단월면은 단박에 주민 창작뮤지컬을 보유한 마을로 소문이 났지요. 주민 창작뮤지컬이 있는 단월 문화의 밤을 개최하면서 저는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꿈을 이룬다는 건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이뤄진다는 것을요. 단월면 주민과 함께 2023년의 꿈을 이룬 날, 저는 2024년에 단월면 주민과 함께 이룰 꿈을 또 하나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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