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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고립 청년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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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재용 Dec 11. 2024

강아지와 1인 가구의 고립

강아지는 함께 사는 고립 청년이 되었다.

누군가 우리 집의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른다면, 나는 몹시 당황스러울 것이다. 함께 사는 강아지가 짖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집주인에게 강아지와 함께 살 예정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입주했다. 다만 계약할 당시에 강아지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면 퇴거당할 수 있음을 합의했던 터라, 예상치 못한 외부인 방문은 조심스럽다. 더군다나 강아지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은 찾기가 쉽지 않기에, 나는 집을 지키는 강아지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1인 가구'의 수는 750만 2천 가구로 전체의 34.5%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청년 1인 가구가 36.5%, 고령 1인 가구가 35.3%를 차지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것처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다. 2022년 기준으로 552만 가구에서 1,262만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제 신청이 아직 저조한 것을 감안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다.

1인 가구와 반려동물 양육 가구에 대한 교차분석 자료가 없어서 명확하게는 추론할 수 없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1인 가구의 수는 상당할 것이다. 나를 포함한 1인 가구가 반려 동물과의 교감으로 외로움을 관리하고 있을 수 있다. 반면에 오히려 고립감 경험을 심화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나는 본가에서 독립하기 전까지만 해도 고립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평균 3일 정도는 친구나 선후배, 직장 동료들과 저녁 약속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독립하며 강아지와 단 둘이 살게 되었다. 강아지를 내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나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강아지와 산책을 나선다. 비가 오지 않는 한 매일 산책을 하는데, 보슬비 정도로 비가 내리면 비를 맞으면서라도 산책을 한다. 내가 출근하면 혼자 집에 있을 강아지에 대한 죄책감, 책임감, 걱정 같은 부정적 감정은 쏟아지는 비로 씻겨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어린아이가 고된 육체 놀이 후 잘 자는 것처럼, 강아지도 산책 후에 잘 잔다. 내가 출근해 있는 시간 동안 깊게 잠들기를 바라다보니까, 평일에 약속을 잡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무리 하루에 두 번 산책을 한다고 해도, 내가 두 번이나 외출하는 것은 강아지가 허락하지 않는다. 퇴근하고 집에 왔다가 바로 다시 외출하면, 분리 불안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약속이 있는 날이면 휴가를 사용한다. 내가 유별난 것은 아닌 듯하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 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고,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는 반려동물 수명 증가와 건강한 사료 개발, 케어 서비스 등의 반려동물 관련 산업 시장 확장세가 증명한다. 예상하지 못한 외부인의 접근이 두려운 1인 가구 청년은 의도치 않게 고립 청년이 되었다.

1인 가구와 반려 동물 양육, 사회적 고립.

누군가는 '1인 가구와 반려 동물 양육 가구 증가, 사회적 고립이 무슨 관계가 있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 의식이나 사회 문화, 삶의 양식 등이 변하면 다른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 의료와 과학 기술 발달로 건강한 삶이 관리가 가능해지며 인구가 고령화되고, 치매(대체 용어 : 인지저하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의료나 과학 기술이 발달된 나라라고 해서 모든 나라가 고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 서비스 접근 정도도 고령화에 영향을 미친다.

세 가지의 관계를 살펴보기 전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혼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외로움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뜻하며, 일시적이고 다른 사람과 접촉이나 단절이 내 의도에 따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고립은 '개인과 사회 접촉이 거의 혹은 완전히 없는 상태'를 뜻하며,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될 수도 있다. 또한 다른 지인이나 가족, 친구 등의 상대와 소통이 없거나,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기더라도 자발적으로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고립의 상태에서는 대부분 외로움을 느낀다. 따라서 외로움은 사회적 고립의 필요조건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외롭다고 해서 모두 사회적으로 고립된 것은 아니다. 사회적 고립은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자발적인 사회적 고립의 상태다. 1인 가구의 거주 환경임과 동시에 강아지에 대한 책임감으로 사람을 만나는 약속을 피한다.

과거에 비해 반려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인식 변화와 1인 가구 위주의 거주 형태는 사회적 고립을 증가시킬 수 있다. "미안해요. 집에 강아지가 혼자 있어서요." 누군가 나에게 밥을 먹자고 했을 때, 혼자 사는 내가 하는 거절의 말이다. 나는 누군가와 밥을 먹기 싫은 것이 아니다. 나름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음에도 반복되는 거절은 다시 권유하지 않게 한다. 나는 "재용 독립 만세"를 외친 후 5년 동안, 점차 고립되고 있다.

1인 가구와 반려 동물의 조합이 언제나 고립을 유발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를테면 반려 동물 종에 따라 감정의 교감을 깊게 나누는 종 이거나 독립적인 생활을 선호하는 종인지, 반려동물을 대하는 보호자 생각이나 가치관, 책임감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절대 다수인 개와 고양이를 기준으로 보자면, 1인 가구와 반려 동물 양육가정이라는 변수가 고립에 영향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반려 동물에 대한 정서적 교감의 정도가 높은 보호자일수록 고립감의 정도가 높을 수 있다.

나는 가스 검침원이나 통/반장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하며 고립됨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주말에 테니스를 시작했다. 온전히 사회적 고립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고립감 해소에 함께하는 팀 스포츠는 충분히 도움이 된다. 평일에 두 번 외출은 어렵기에 주말을 활용하고, 함께 운동한 사람과 점심을 먹는다. 강아지 훈련사는 '강아지도 자신의 보호자가 고립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하루 한 번 외출은 이해해 주는 강아지와 고립되지 않도록 관계 맺으며 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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