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직장 동료를 욕한 나 보라고 쓰는 글
지난 다년간의 회사생활에서 가장 확실히 배운 것 하나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그 사람을 짝사랑하는 것만큼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라는 것이다. 이건 상사한테 들은 조언이기도 하고 동시에 내가 경험하며 체득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걸 알면서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나는 또 누군가를 미워하기 시작한다.
이번주 업무를 진행하며 나는 성향이 잘 맞지 않은 직장 동료를 남편/친한 친구/친한 직장 동료 등에게 하소연하며 ‘험담'을 했다. 나는 직장에서 누군가를 미워하면 그게 결국 내가 피곤해 나를 갉아먹는 것을 알면서도 또 이렇게 욕을 하고 있다. 이번 글은 직장 동료를 그만 미워하고 얼른 행복의 방향으로 내가 나아가길 바라며 쓰는 참회(?)의 글이자 직장에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우리네 미생들에게 작은 조언을 주고자 하는 글이다.
처음 회사에서 누군가를 미워한 것은 첫 회사의 두 번째 팀장님이다. 첫 번째 팀장님은 요즘도 종종 연락드릴 정도로 존경하는 분이었는데, 그분이 실장님으로 승진하시고 두 번째 팀장님이 새롭게 우리 팀에 왔었다. 두 번째 팀장님은 다른 팀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기존 팀의 선배들에게 여러 안 좋은 에피소드가 퍼져 있을 정도로 회사 내 평판이 좋은 분이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나도 자연스럽게 그 팀장님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이 쌓여갔고, 어느새 그 팀장님을 정말 정말 싫어하는 수준까지 가게 되었다.
아직 패기 넘치던 저연차 사원이었던 나는 팀장님이 싫은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나고 대들기까지 했다. 근데 실은 정말 감정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매일 출근해 얼굴을 봐야 하는 곳에서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건 굉장히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이었다. 출퇴근도 힘들고 여기에 일까지 해야 하는데 누군가를 싫어하기까지 한다? 이건 정말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것만큼 에너지가 소비되었다. 싫은 만큼 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행동을 기반으로 그 사람을 욕하고, 이러한 내용을 동료들과 공유하며 다시 한번 욕하고. 지금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기운 빠지고 귀찮은 일이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첫 번째 팀장님이셨던 실장님이 내게 커피타임을 제안하셨다. 분명 티가 났을 것이고 두 번째 팀장님도 이에 대한 하소연을 하신 것 같았었다. 이때 당시 실장님이 내게 해주신 이야기는 아래와 같았다.
“싫어하는 감정은 가질 수 있으나 이걸 드러내지 말아라. 드러내는 순간 더 피곤해질 것이다.”
이 이야기에 대한 근거는 다음과 같았다.
1)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밖으로 내뱉는 순간 한번 더 내 귀에 들음으로써 싫어하는 감정이 더 강해지고 이건 결국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다.
2) 싫어하는 사람과 잘 지내며 협업해야 하는 순간도 올 텐데 주변인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린 순간 너도 모르게 싫어하는 사람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이는 게 민망할 것이다.
결국 싫어하는 감정을 밖으로 내뱉을수록 더 큰 스트레스와 업무상 방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는데, ‘아 싫어하는 것도 결국 짝사랑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감정 소모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행동을 조금 교정해 보기로 했다. 일단 내가 존경하는 실장님께 이런 이야기까지 들었으니 억지로라도 두 번째 팀장님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팀장님께 친절한 모습으로 다가갔고, 도움을 요청하시면 가능한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 했다. 물론 바로 친한 척 다가가지는 못하고 서서히 거리를 줄여가며 적어도 싫은 티는 내지 않고 정상적인 팀원처럼 행동하려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거짓말같이 내 마음이 편해졌다. 그 사람에 대한 어떠한 감정이 크게 변화된 것은 아니나 일단 겉으로 티 내지 않고 잘 지내는 게 심적으로 부담도 없고 스트레스도 덜해졌다. 아무래도 좋으나 싫으나 업무를 같이 진행해야 하는 팀장님인데 싫어함으로써 멀리해야 하는 것이 나름의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그리고 싫어한다는 감정을 입 밖으로 내지 않으니 부정적인 생각도 평소대비 바로 줄일 수 있었다. 역시 어떤 것이든 입 밖으로 내어 한번 더 귀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생각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더 키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상대의 행동이나 발언으로 험담을 하지 않으니 싫어하는 상대에 대한 관심을 크게 두지 않고 생활하게 되어 이것이 나의 에너지 절감에 굉장히 효율적이었다.
이러한 사건 이후로 나는 회사를 다니며 최대한 누군가를 싫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싫어하게 되더라도 직장 동료나 가족들에게 자세히 이야기하거나 험담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여기서 노력이라고 하는 이유는 가끔은 정말 참을 수 없는 이유로 험담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때문이다. 마치 오늘처럼 말이다. 그래도 이번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왜 누군가를 싫어하고 험담을 하면 안 되는지 생각하며 오늘도 반성한다. 혹시나 회사에서 누군가를 싫어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멈추길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사랑하고도 남을 시간에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은 그야말로 에너지, 시간 낭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