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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ong Jan 04. 2024

사다루완과의 대화 두 번째

Ppaarami’s Diary(25)

10월 20일


또, 사다루완을 만났다. 오늘도 그 아이는 저 멀리서 나를 보고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나는 아이가 나와의 대화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이와 대화할 때 오히려 내가 긴장을 한다. 아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법을 사용해 정확히 내 의사를 전달하고 싶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렇게까지 구체적이고도 간절한 바람을 가진 적이 있나 싶다.


오늘 사다루완과의 대화는 성공적이었다. 질문과 대답이 순조롭게 이어졌다.     

사다루완은 오늘 시험을 본다. 지금 밥을 먹고 수업을 들으러 가는 중이다. 토픽 수업이다. 나는 사다루완에게 "항상 공부를 열심히 하니까 시험을 잘 볼 수 있어요."라고 응원했다.

아이가 문법 '-니까'를 배웠던가? 모르겠다. 아이가 활짝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알고 있는 것 같다.     

대화가 끝났다고 느낀 아이는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그 어떤 말보다 정확한 발음으로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선생님.”

이라고 했다. 이 아이는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우연히 마주칠 나에게 저 말을 해주기 위해 혼자 연습했을까.     


  오늘 1학기가 끝났다. 사다루완을 알게 된 지도 3개월이 지났다.  교실이 아닌 곳에서 이렇게 우연히 마주쳐서 대화한 게 서너 번은 된다. 언제나 그 아이가 먼저 나를 부르며 다가왔다. 그 사이 아이는 한국말이 제법 늘었다. 2주 전에 만났을 때와 또 다르다. 내가 선생님으로 헤매고 있을 때 그는 대나무처럼 성장했다. 그를 보면 흐뭇하다. 고맙다.      



한복을 입고 잔뜩 신난 사다루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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