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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ong Feb 29. 2024

나와 마콜라의 관계를 도대체 네가 어떻게 아는 거야?

Ppaarami’s Diary(36)

2023년 11월 28일


오늘도 활짝 노트북을 펼쳤다. 인터넷 첫 화면은 bing이다. 언제부턴가 그렇게 됐는데, 그냥 내버려 두었다. bing은 스리랑카소식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등 각국의 소식을 전해준다. 전체 페이지를 힐긋보고 내게 필요한 페이지로 이동한다. 한 번도 bing이 골라준 소식들을 클릭한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눈이 번쩍 뜨이는 배너를 발견했다.      

[Makola 빌라 분양 중,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런데 나의 손은 이미 구글로 이동하라는 명령어를 입력해 버렸다. 페이지가 넘어갔다. bing에서 google로.

구글에서 뭘 하려던 건지 잊었다. 나는 마콜라 빌라 분양에 꽂혔다. 빌라 분양이 아니라 마콜라에.

 

  마콜라는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30분쯤 걸리는 동네이다. 마콜라에 있는 식당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가기 전에 식당 위치를 확인하느라 몇 차례 검색을 했었다. 그러니까 나와 아주 약간의 관계가 있는 곳이다. 관계가 거의 없는 곳이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bing이 나에게 지구상의 다른 어떤 곳도 아닌 마콜라의 빌라 분양을 추천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bing 이 자식, 내가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지 다 알고 있는 건가?



  '뒤로 가기'를 눌렀지만 페이지 구성이 달라졌다. 인터넷을 끄고 다시 접속했다. 두어 차례 반복해서 다시 그 마콜라 빌라 분양 배너와 만났다.  클릭했다.


  결과는 별 게 없다. 그냥 흔한 부동산 사이트로 연결됐다. 몇 번 더 클릭을 해보았다. makola라는 구체적인 지명은 사라지고 전 세계의 부동산 매물을 검색할 수 있는 UI가 펼쳐졌다. 빌라든 뭐든 건물 구매 의사가 없는 나에게는 그냥 망망대해다. 




  bing은 왜 나에게 저 문구를 보여주었을까. 스리랑카에 처음 왔을 때 집을 구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부동산 중개 온라인 사이트를 들락날락했었다. 주요 검색어는 켈라니야였다. 마콜라를 검색한 적도 있지만 한두 번쯤이다. 한식당을 찾으려고 구굴에서 두어 번 더 검색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개월이 지났는데, 마콜라 빌라 판매글이라니. 


  나는 FACEBOOK계정은 있지만 가끔 들어가 보기만 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게시물을 올린 것이 8년 전 일 거다. 12년 전에 트위터도 했었지만 지금은 내 계정이 뭔지 기억나지 않는다. sns도 안 하고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무서운 세상이다. 전자세상은 나의 아주 사소한 검색 기록을 미끼로 삼아 나를 유혹하다니.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자세상이 지금 내가 마콜라에서 살 이유가 없고, 빌라에도 전혀 관심이 없고, 빌라를 살 돈이 없다는 것은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나에 대한 파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별로 무서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파편들이 모여서 잔뜩 왜곡된 내가 만들어지는 것은 무섭다. 나는 마콜라 빌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는 그 글을 클릭했다. 뭐야 이거. 나조차 나의 왜곡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하는 수없는 클릭들이  전자 세계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정도는 알고 살고 싶다. 

  그런데 힘들겠지. 

  문과니까.       



'Makola 빌라 분양 중'이라는 단순한 문구에 낚여버렸다.
배너를 클릭하니 이런 페이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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