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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종필 Jun 25. 2023

‘그래도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불친의  [해망굴 도깨비]


지역의 사생활 99시리즈 [해방굴 도깨비]는 여자라는 이유로 글 쓰는 것을 싫어했던 아버지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조선의 소설가 박옥금(필명: 유언비)의 이야기다. 그녀는 [해방굴 도깨비]라는 소설을 쓰게 되는데, 이 소설은 쓰인 대로 현실이 된다는 점에서 마법 같은 텍스트다. 하지만 이런 마법이 현실에서 일어난다기보다도 이 소설을 읽은 조선 민중이 식민지 시대의 불합리에 저항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925년 이후, 일본은 인신매매 금지 국제조약에 가입했지만, 매춘과 관련해서는 ‘조선, 대만 및 관동주 조차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죠.(52)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현지 여성을 인신매매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일본인 여성을 향한 인신매매를 멈추지 않았어요. ‘대동아 진출’을 한 일본 남성들의 ‘선호도’를 위해 지금도 꾸준히 후쿠오카를 통해 인신매매 되고 있죠. ‘일반인’에게 일어나는 성폭력을 방지할 수 있다는 명목도 있습니다. ‘그래도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건가요? 날품팔이 인부든 고위 장교든 ‘그래도 되는’ 어린 청소년을 성착취하기 위해 옷돈을 주며 다투기까지도 합니다. ‘내가 가난했다면’ ‘사람을 잘못 만났다면’ ‘운이 없었다면’ 언제든 될 수 있었을 모습이죠....당신이 쓴 글이 정말로 이루어진다면. 유녀들을 해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52~53) 


집에 걸린 빚 때문에 언니랑 같이 팔려 왔어요. 병에 걸려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죽었는데도 다들 언니가 게으르고 멍청하다고 욕만 했어요. 유곽에 팔았던 자식이름으로 다시 빚을 내 도박을 하거나 다른 여자를 성착취하는 아버지도 있습니다. 더 끔찍한 건 아버지들이 언제 또 빚을 지우러 올지 모른다는 거죠. 그들은 우리가 즐거워서 웃는 줄 아나봐요. 웃지 않으면, ‘손님’을 받지 않으면 ‘처벌’이 기라리고 있지요. 우리도 사람입니다. ‘칼에 베이면 아프고 붉은 피가 납니다.’(58) 


이 텍스트는 식민지시기 부조리하고 끔찍한 여러 사실 중, 유녀(遊女)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먹고살기 위해 혹은 속임수로 유곽에 끌려와 몸과 웃음을 팔아야만 했던 슬픈 역사를 다룬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식민지와 종전 이후,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삼았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질문한다. 




그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뀔 줄 알았지만 버닝썬 게이트, N번방 사건처럼 나날이 발전되어갈 뿐입니다. 오늘날 랜덤채팅 성착취 피해자 60%가 초, 중학생임을 아십니까?(88)


지역 ‘군산’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만든 이 텍스트는 특정한 공간과 장소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아픔을 통해 지역 ‘군산’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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