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미몽 만화가의 <심야행>에 대한 짧은 스케치라고 쓰니 무엇인가 촌시럽다. 오늘 내일 <지역의 사생활> 시리즈 6권 정도 리뷰를 빠르게 올릴 것이다. 이유는 장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장편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리뷰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아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학교 다니던 시절 어느 선생님이 한 말이다.
나도 글을 써보니 선생님이 그때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지각의 현상학>을 쓴 철학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주름'은 살아있는 거라고. 이처럼 쓰는 것은 주름과 관련이 있다. 누군가는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의 리뷰를 왜 쓰느냐고 비판할 수 있지만, 이 작은 리뷰가 언젠가 쓰게 될 장편에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래서 강박적으로 이렇게 쓰는 것이다.
문학 평론의 경우, 가을호에 청탁이 들어왔다. 100매의 긴 장편이다. 마음을 담아 써야 겠다.
방학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바쁘다.
두 달 동안 장편 3편 리뷰 3편 정도를 소화해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환경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겸손한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진하자.
아래는 황미몽의 <심야행>에 대한 리뷰,
황미몽의 지역의 사생활 99 시리즈 『심야행』은 무명작가의 서울 분투기를 다룬다. 그가 서울로 올라온 이유는 신진 문물을 받아들여 작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살아가는 주인공은 잦은 실수로 욕을 먹고 외면받는다. 무명작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장 상사는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무시한다. 안타까운 것은 무명 작가라는 사실로 인해 출판사 또한 부당하게 대우한다. 그러니 주인공은 작가로서 긍지를 찾을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점점 위축된다. 그러던 찰나, 친구로부터 강릉으로 여행 가자는 제안을 받는다. 이것이 ‘심야행’이다.
이 동기로 인해 지역의 사생활 99 시리즈는 펼쳐진다. 그는 친구의 권유로 ‘강릉’에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다. 이 과정에서 소개된 지역의 모습은 “조선중기 사회모순을 비판한 문신 겸 소설가”인 〈허균 허난 설화기념관〉, “1초당 한 개씩” 팔리는 〈초당 순두부〉, 강원 강릉시 율곡로 3139번 길 24에 위치한 조선 중기 목조건물 〈오죽헌〉이다.
물론,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만화의 ‘형식’에 대해 단 한 글자도 적지 않은 것이다. 이 텍스트에서 ‘황미몽’의 만화적 특징은 무엇일까. 위의 소재를 담아내기 위해 그는 어떤 만화적 연출을 사용했을까. 우선 그림과 표현을 경제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경제적이라는 말은 적당한 말풍선으로 내용을 ‘잘’ 담아내는 기술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그림과 말풍선으로 모두 담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텍스트를 읽을 때, 박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속도감 있게 읽게 된다. 그리고 생각나는 것은, 무명작가의 모순을 다루는 과정에서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유모와 비유를 활용해 현실을 돌려서 재현하는 게 인상적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덜 타격받을 수 있지만, 이런 호흡이 또 만화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작가로서 긍지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주인공이 ‘강릉’의 일출을 보며 무엇인가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강릉의 바다 한 컷에 표현하려 했다는 점, 이런 형식들은 웅장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지역’을 찾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