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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종필 Jun 20. 2023

애틋한 공간과 장소를 경유하는 만화가의  시선

한동혁 만화책 <새는 봄을 기다리지 않는다>에 대해


답답할 때면 서점으로 향한다. 신간 코너 주변을 배회하며 새로운 이야기가 없는지 확인한다. 요즘은 스트레스 푸는 방법으로 이렇게 서점 주변을 배회한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면 새롭고 참신한 텍스트를 운 좋게 만난다. 이럴 때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참 좋다. 한동혁의 텍스트는 그런 책이다.  지하철에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모두 다 읽고  글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이 다짐을 외부로 공개할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 많은 퇴고를 할 것이다. 지금 현재는 어쩔 수 없이,


한동혁은 젊은 만화가인데, 그가 '의도'적으로 구상하고자 하는 방법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언젠가 그와 인터뷰하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주어질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링크를 걸어둔다. 2023년. 6월 20일







"이야기가 담긴 공간을 방문했을 때 제 만화를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은 책 <공간과 장소>(사이)에서 "공간을 '움직임movement'이 허용되는 곳으로 생각한다면, 장소는 '정지pause'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적은 바 있다. 하키 선수가 아이스링크 장에서 차가운 경기장을 질주할 때 느끼는 자유로운 공간 경험과 쉬기 위해 안락한 집으로 들어가 몸을 기댈 수 있는 정지된 장소가 이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문장이 항상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은 지속되기 어려우며, 이사나 재개발과 같은 변수로 인해 혼자만 정지해 있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푸 투안도 이런 말을 덧붙이면서 공간과 장소는 세부적이고 다양한 개인의 경험에 의해 변주된다고 적는다.



다시 말해, 공간과 장소는 동일한 형태일지라도 기억하고 싶은 혹은 기억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한 사람의 사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이러한 맥락에서 사람도 어떤 의미에서는 공간과 장소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장소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기대다가 헤어질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떠나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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