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이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보내며
중학생 스스로 만들어가는 행복
첫째 아이는 중학교 첫여름 방학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2학기를 맞이했다.
개학 첫날 하교 후 "다녀왔습니다." 아이의 인사와 함께 마음 편히 우리만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개학인 만큼 아이의 생각이 궁금해서 1학기 마무리와 2학기 준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혜지야, 집 공부로 1학기를 보내고 나서 너의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어?”
“엄마, 난 지금 이 방법이 나에게 딱 맞는 것 같아.
공부에 대한 부담 없이 내가 계획하고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아.”
“학원 다니지 않아도 공부가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어?”
“응, 학원 다니기보다는 한 두 단원 정도 예습하고 복습을 꼭 해야지만 학교 수업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나 2학기 때도 이 방법으로 하고 싶어.”
“그래, 이번 2학기도 파이팅이야!”
첫째 아이는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원을 그만두고
집 공부를 하는 중이다.
초등 6년 동안 학습과 관련된 학원은 초등 3학년 때 1년, 초등 6학년 때 1년이 전부였다.
두 번 다 아이가 학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서 다녔고 아이 스스로 집 공부로 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면 쿨하게 그만두었다.
쿨하게 그만둔 사교육이지만, 중학교 1학년은 자유 학년제 기간이어서 꾸준한 공부 습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로선 학원이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될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가는 것이 도움이 될지 아이 몰래 아주 잠깐 고민한 건 사실이었다.
엄마의 고민이 무색하게 아이는 어떻게 공부를 할지 중학생 유튜버들의 생생한 후기가 담긴 유튜브 채널을 보며
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처음 계획한 대로 일주일을 실행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하며 3주 차쯤 아이는 자기만의 계획표를 완성하게 되었다.
스스로 계획표를 짜고 필요한 공부를 타임블록에 배치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신뢰해야 하는 부분은 교육전문가와 교육서가 아닌 아이의 말이라는 걸 아이가 행동으로 증명해주었다.
1학기 동안 또래 친구들은 학원에서 선행하고 학원 숙제를 하는 동안, 아이는 교과서와 자습서를 보며 교과를 더 이해하고 학교 선생님께서 내어주신 유인물을 보며 현행과
복습을 꾸준히 했다. 집 공부를 선택하면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기에 가능했다.
수행평가가 공지되면 제출 기한까지 일주일간의 계획표를 작성했다. 7일 안에 수행평가가 마무리되도록 세세하게 단계별 계획까지 작성하고 실행했다.
파워포인트로 수행평가를 준비하고 완성이 되면 늘 나에게 보여주곤 했다. 컴퓨터도 잘 다루고 주제에 맞게 해당 내용을 정리해나가는 모습은 선행보다 더 값진 경험이란 걸 아이의
과제 준비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한 학기 동안 아이를 보며 '수행에 진심인 학생'이란 걸 알았다.
학교 교내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행사에 참여하려면 학원 다닐 시간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베이트 대회, 디베이트 자격증 과정, 디베이트 재능 기부, 과학의 날 행사, 독후감 대회, 역사 탐방 등 아이는 그 어떤 순간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즐거워했다.
다양한 경험으로 학교 안에서의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었고 다양한 경험은 교과서 밖의 활동으로 아이에겐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이는 스스로 시간 활용하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처음엔 계획대로 되지 않아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기도 했지만, 여러 번의 실행과 수정을 반복하며 자신만의 패턴을 찾게 되었다. 아이가 선택한 것은 시간 활용을 위한 새벽 기상이었고 새벽 시간 40분을 공부시간으로 활용 중이다. 처음 새벽 기상을 했던 날엔 하교 후 낮잠도 자곤 했다. 습관이 되어서는 낮잠 자는 횟수는 줄어들었고 새벽 기상도 익숙해졌다.
새벽 기상 덕에 아이는 등교 시간도 이른 편이다. 조용히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7시 50분 학교 도서실에 제일 먼저 도착해 40분간 독서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일주일에 2권씩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틈틈이 독서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저녁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팝 댄스를 여유롭게 즐긴다.
아이는 저녁마다 자기 방에서 댄스 연습을 하고
며칠간 연습한 케이팝 댄스는 가족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 집 거실 무대에서 첫째 아이가 케이팝 스타가 되는 순간이다. 첫째 아이가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몸으로 표정으로 아이의 춤 선이 말해준다.
아이는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중학교 첫 학기를 보냈다.
1학기 동안 자신의 선택으로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아이의 행복을 높여주었다.
한 걸음 뒤에서 아이를 바라보면 아이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아이 어른처럼 보였다.
할까? 말까? 가 아닌 이건 꼭 해보고 싶어!
어떻게 하지? 가 아닌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
못하면 어쩌지? 가 아닌 일단 해보는 거야!
아이가 나에게 전해준 말은 긍정의 주문이었다.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행복도를 물어보는 질문을 종종 했다.
우리가 정한 행복 지수는 0에서 10까지 있다.
물론 높은 숫자일수록 행복도는 높다.
"혜지야, 너의 행복 지수는 지금 어디쯤 있어?"
"9에서 10"
아이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고 만족스러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많이 고민하는 나와 달리 아이는 빠른 결정과 실행력으로 자신의 행복도를 높이는 중이다.
선행으로 만든 지식보다 집에서 스스로의 결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며 아이의 행복 지수는 가장 높은 곳에 머물고 있다. 2학기에도 아이의 행복 지수가 아이가 만족하는 곳에 머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