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 읽는 엄마 Sep 21. 2022

1년 후,

타임캡슐을 열다

1년 동안 우리 가족은 어떤 꿈을 향해 달려왔을까?


종이 상자 윗부분이 여전히 꼼꼼하게 테이프로 붙여진 모습을 보니,

각자의 꿈이 타임캡슐 안에서 잘 머물길 바라는 듯했다.


특별한 날인만큼 첫째 아이는 손수 핫케이크를 만들겠다고 달달한 향을 주방에 풍겼고

그런 누나의 모습이 고마워서인지 둘째 아이도 옆에서 거들겠다며 누나의 보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이들의 요리가 끝나고 달콤한 핫케이크와 1년 동안 우리를 기다린 타임캡슐을 테이블에

함께 준비해본다.

“우리 1년 전에 어떤 목표 적었는지 기억나?”

첫째 아이는 하나는 못 이룬 것 같다고 대답하고

둘째 아이는 기억이 나지 않아 이루지 못했다고 투덜거린다.

“요즘 언박싱 인증 유행이던데 우리 영상으로 한번 남겨볼까?”

커터칼을 들고 상자 윗부분을 조심히 자르는 첫째 아이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열린 상자 안은 1년 전 그대로다.

우리는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상자를 열어보았지만,

손수 적은 종이와 서약서는 그대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각자 자신이 적은 종이를 찾아 천천히 열어본다.

자신의 목표를 하나하나 읽어보며 목표를 이룬 번호는 동그라미를 그린다.

“아…. 나 책 200권 읽기 이룬다고 적었었네…. 기억이 안 났었어요. 100권인 줄 알았어요.”

기억나지 않아 이루지 못한 거라 아쉬워하는 둘째 아이는 이번에 준비하는 타임캡슐은 테이프를 붙이지 말고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도 한다.

“나는 동그라미가 3개야.”

남편도 목표 달성했다는 기쁨이 목소리에 가득 담겨있다.

“난 하나 빼고 다 이뤘어요.”

가족 중 첫째 아이는 가장 많이 목표를 달성하였다.

끈기가 부족한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한 약속이라 1년 동안 다짐하고 또 다짐한 건 3개는 꼭 이루자는 것이었다.

내가 적은 목표에 하나, 둘, 셋…. 세 개의 동그라미를

그리고 나니  ‘끈기도 약한데 포기하지 않고 세 개나 이루었구나.’라는 생각에

나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적은 목표는 대단한 목표들이 아니었다.

각자가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거나 바꾸고 싶은 습관들이 많았다.

성격을 밝게 하고 싶다는 목표
1년간 책을 200권 읽겠다는 목표
다이어트로 5kg 감량하겠다는 목표
주식 연 수익률을 5% 이루겠다는 목표


거창한 목표는 아니지만, 타임캡슐이 아니었다면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끝날 수 있는 목표들이었다.

기록하고 기록의 힘으로 스스로에게 이것만은 지키자고 했던 목표들은

혼자였다면 이루지 못하고  포기했을 것이다.

종이에 꾹꾹 눌러쓴 목표를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온 흔적들은

1년이 지나니 작은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목표 달성하고 축하해주니 다음 1년도 그 어떤 해보다 더 기대되었다.

2021년 12월 31일 우린 1년을 되돌아보았고 2022년의 목표를 정해보았다.

‘다들 올핸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 거야?’

또다시 들려오는 사각사각 연필 소리와 타닥타닥 볼펜 소리로 2022년 한 해의 꿈이

그려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아침 시간 10분으로 세상을 읽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