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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엄마 Jan 11. 2023

걸으며 생각하며 말하며

나를 찾는 방법

“우리 오늘도 좀 걸을까?”

“좋아~”

“좀 걸을까?”라는 말만 들어도 ‘오늘도 나에게 할 얘기가 있구나.’라는 걸 아는 남편이다.


코로나 이후로 저녁에 남편과 동네 산책하며 이야기 나누는 일이 나에겐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과가 되었다. 내향적인 나에게 남편은 고민 상담자이자 진로 상담자이자 친구이자 그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가끔은 남편에게 비밀로 할 이야기들이 없어 유리보다 더 투명한 부부가 된다. 그래서 내 고민을 들킬 때가 

있다.


밤에 걷는 건 낮보다 좋을 때가 있다. 낮과 달리 밤은 어둡다 보니 속마음 이야기하기가 더 쉬웠다. 낮엔 표정에 신경을 쓰며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게 된다면 저녁엔 어둠이 표정을 감춰주니 속마음을 이야기하며 나도 모르게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가끔은 나만 정체된 것 같아서 답답하기도 해.”

“1년 전보다 훨씬 많이 성장했는데 고민되는 거야?”


남편의 대답은 정해진 답을 이야기하기보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나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말을 하는 편이다. 

현재와 미래만 생각하는 나에겐 과거에서 현재까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했다. 부족한 부분을 남편이

알려주니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


“그렇네. 1년 전만 해도 뭐 해야 할까 고민만 했었는데.”

“올해 도전한 일만 해도 몇 가지야? 이룬 것도 많잖아.”

“많다기보다 몇 개는 되지만 아직 시작하는 입장이라 피부로 와닿지 않아.”


도전과 성취감이 성장이라는 공식 때문인지 가끔은 작은 성취감으로 인해 현실의 내가 작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남편이 해 준말들이 어두운 내 마음에 반짝이는 빛을 내게 해 준다.

낮엔 일상으로 바쁘다가 밤이 되면 남편에게 고민을 상담하고 그렇게 2년의 세월을 보내며 아주 작은 

성취를 이루고 있었다. 머릿속에 흩어져있던 고민을 어두운 밤 공원을 걸으며 발걸음에 맞춰 말하다 보면 

다시 정리된 말들이 마음에 들어온다.


‘지금도 잘 해내고 있구나.’

잘하고 있다는 격려와 내일은 오늘의 노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남편은 저녁마다 말해주고 

있다. 



돌아오는 길 가로등을 보니 불빛이 더 빛나 보인다. 분명 어제도 보았던 가로등 빛인데 말이다. 어제도 제자리에서 거리를 비추어주었을 텐데 오늘도 비추어주는 그 역할을 우리 남편이 나에게 해주고 있었다. 


“김 작가님 이제 글 써야죠?”


생각해 보면 브런치에 도전할 수 있게 응원해준 사람도 남편이었고 글 발행일을 독촉하기도 했던 사람도 

남편이었다. 발행 전 가장 먼저 읽어준 사람도 남편이었고 한동안 뜸했던 브런치를 다시 시작해달라고 독촉해준 사람도 남편이었다. 걸으며 생각하며 말하며 오늘의 나를 다시금 일어서게 해 준 저녁 걷기가 오늘의 글을 쓰게 해 준 쓰기의 준비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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