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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엄마 Jan 18. 2023

촛불을 불던 날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케이크 살까?”

오늘처럼 기쁜 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케이크다.


버킷리스트에 적어놓기만 하던 기쁜 날이 이루어졌다.

아이들만 키우며 14년을 지낸 내가 육아의 경험을 글로 기록하고 전자책으로 출간한 날이다. 아이만 키워서

예전 이력을 이어갈 수 없어 방황하던 내가

누군가의 글을 읽고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쓰며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고 걱정도 했지만, 이번에 쓰지 못하면 다음엔  배의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아  책 쓰기에 도전했다. 제대로 배운 작법이 아니라서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준다는 게 제일 두렵기도 했지만 어쩌면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처음의 걱정과 달리 책의 주제에 맞게 글을 써 내려가니 일상에 바빴던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전업맘이라

경력이 없었던 게 아니라 아이들과 보낸 시간과 추억들로 엄마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했었다.  그 추억들을 기록하는 일은 오래된 앨범을 펼쳐보는 것처럼 나의 30대를

기억하게 다.


아이들 일이라면 밤새 고민도 하고 공부도 했던 나의 30대는 바쁘고 힘들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간이 었다. 그동안 경력이 단절되었던 게 아니라 우리 가족들과 함께 했기에 새로운 경력을 쌓고 있었던 것이다. 글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잊고 지내던 지난날의 나를 기억하게 해 준다. 기억하며 한 줄씩 쓰다 보면 나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초고와 탈고를 거쳐 원고를 넘기고 나면 출간일만 기다리게 된다. 언제 출간될지 몰라 온라인 서점 검색창에 책 제목을 검색해 본다. 아직 검색되지 않은 책이 어디쯤에 있는 건지 궁금해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해 본 것 같다. 처음이란 건 긴장되면서도 기다려진다.


며칠이 지나 모니터에서 내 책 제목을 타이핑하고 검색 버튼을 누르니 내가 만든 책 표지가 보였다. 드디어 내 책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 갑작스레 마주한 내 책을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다. 며칠 전부터 검색해 본 내 책이지만 모니터로 마주하니 첫사랑과 마주친 것처럼 눈도 마주치지 못하게 된다.


‘책이 잘 나온 건가?’

그제야 눈을 모니터에 집중해 하나하나 살펴본다.


마치 첫사랑을 다시 만난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린다.

책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고 책 제목과 지은이 이름부터 확인하면 그제야 안심하게 된다.

내 이름이 적힌 내 책이 나왔구나.’

기다렸던 책 속엔 14년의 내 모습이 담겨있다. 처음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들기도 했고 웃기도 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다. 그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졌다. 새로운 희망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내 소원이 이루어진 그날을  기억하고자 케이크를 준비했다. 


남편과 함께 생크림 케이크를 고르고 계산을 하니

초가 몇 개 필요한지 점원이 물어본다.

"초는 딱 하나만 있어도 돼요."

하나의 초만 요청하니 남편이 물어본다.

“왜 하나만 하는 거야?”

“내 소원 하나가 이루어졌잖아.”

소원이 이루어진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케이크 위에 얇고 작은 초를 꽂아 촛불을 부는 순간이 좋았다. 촛불을 켜기 위해 거실 스위치를 끄면 조용하고 어두워진다. 찰나의 어두움은 출간이라는 목표만 생각하고 묵묵히 걸어가던 시간을 떠올리게 해 준다.  잠시 후 초에 불을 붙이면 보이지 않던 초가 보인다. 내가 꿈꾸던 목표를 이룬 것처럼 단 하나의 초가 어두운 거실을 밝혀준다.  불빛 점점 빛날수록 나에게 또 다른 망을 갖게 해 주었다.



“엄마, 촛불 끌 때 소원 말해야 하는 거 알죠?”

“알지.”

마음속으로 내 소원을 남기고 촛불을 불어 본다. 작은 초에 불을 붙여 소원을 말하고 후- 부는 순간 소원도 이루어질 것만 같. 다음 소원이 이루어지면 그때도 촛불을 켜서 이루어진 내 소원을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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