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 읽는 엄마 Jan 25. 2023

모니터 화면을 켜면

내 인생이 기록된다

아이들 성장 과정이나 일상 기록들을 간단한 사진과 글로 SNS에 기록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다니게 되면 사진이 필요하니 잘 기록하거나 인화해 두라는 조언 글을 맘카페에서 찾아보게 되었을 때부터 SNS에 기록을 해왔다. 부지런하거나 꼼꼼한 성격도 아니라서 두 아이 돌잔치 때만 앨범을 한 권 겨우 만들었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사진이 필요하다고 하면 급하게 인화한 덕분에 아이들과 우리 부부의 젊고 어린 시절 사진 듬성듬성 앨범에 있다.



긴 글보다 짧은 글과 사진으로만 겨우 기록하며 지내던 내가 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첫째 아이의 학습용으로 구매한 노트북에는 작년부터 내 글이 조금씩 차지하고 있다. 서평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노트북 바탕화면에 내 글을 분류하여 저장하게 되었다. 처음엔 하나의 폴더에 담아 오던 내 폴더가 이제는 세 개가 되었다. 첫째 아이가 "엄마 새 폴더 또 만들었어?"라고 묻는 걸 보니 점점 용량을 차지하는 부분이 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내 폴더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서 저장되어 있다.


첫 번째는 서평 글을 모은 폴더이다.

완독을 어려워하던 내가 책을 완독 해내는 성취감에 몇 해전부터 서평단 신청하게 되었다. 서평단에 당첨되는 것은 로또 맞은 것처럼 기뻤고 서평단 책은 제일 기다려지는 택배 선물이 되었다. 선물처럼 받은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한 구절을 찾아내는 일은 나에게 딱 맞는 구두를 신는 것처럼 내 마음에 쏙 들어오기도 했다. 되돌아보니 그때 서평을 한 달에 한 권에 많게는 여덟 권을 하며 읽고 정리하는 경험 지금의 글을 쓰게 하는 연습 시간이 되었다.


두 번째는 브런치에 올리기 위한 글쓰기 폴더이다.

브런치에 처음 올린 글은 브런치 신청을 위해 미리 작성한 목차를 보며 글을 썼다. 주제를 미리 정하고 글을 쓰니 다음 주제에 맞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지난날 SNS에 기록한 글들을 찾아 정리하고 다듬어 올리느라 무엇을 써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은 없었다. 글쓰기 초보였기에 20개의 글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쓰기 시작하니 20주간 꾸준히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20개의 글은 한 권의 책이 되기도 했지만, 다음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세 번째는 브런치 두 번째 주제 폴더이다.

20개의 첫 주제 글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제 선정이 조금 어려웠다. 아이들과의 육아 이야기에서 벗어나 다른 주제로 글을 쓰려니 어떤 내용부터 써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일상을 관찰해 보고 언제든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글이어야 적어도 20편은 쓸 텐데.’ 하는 고민이 생겼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나에게 의미가 되는 것들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빈 폴더를 만들었다. 지금 네 번째 글을 쓰면서 이 폴더에도 20개의 글을 담을 계획이다. (가끔은 이렇게 선언해야 실행되기도 한다.)



브런치 두 번째 주제 폴더에 이름을 정해주고 싶었다. 처음엔 <평범하지만 또 다른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첫 글을 작성했다. 세 번째 글까지 쓰면서 내가 지금 쓰려는 글들의 공통점이 보였다. 바로 <>이었다. 각기 다른 빛을 보며 ‘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구나.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하며 문득 궁금해졌다.


태양의 빛은 목표를 갖게 해 주었고 가로등의 불빛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누군가를 위해 빛을 내주었다. 케이크 위의 촛불의 빛은 소원을 말하고 이루게 되는 희망을 품게 해 주었다.


큰 불빛부터 작은 불빛까지 내 삶 속에 의미를 갖게 되는 빛들이 많음을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씩 기록한 폴더에 쌓인 글들은 내 인생을 기록하게 되는 빛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도 내 생각과 내 삶을 기록할 수 있게 한글창 밝게 빛을 내고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내 삶이 담긴 단편의 폴더가 몇 개뿐이지만, 일주일에 하나씩 내 글들을 담으니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의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이게 바로 글이 주는 힘인가 보다.


첫 번째 브런치 글 폴더는 나의 30대가 담겨있다면 지금 두 번째 폴더에는 나의 40대가 담겨있다. 40대 내 모습은 30대의 나와 확연히 다르다. 아이와 가족만 바라보고 살아온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의 30대 엄마 모습에서 40대의 나는 세상 밖과 연결되려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내 삶을 넓게 보고 있다. 세상을 관찰하니 바빠서 지나쳤던 일상의 빛들을 만나 <일상의 빛을 발견한다>에 감사한 마음으로 기록하는 중이다.

긴 글을 통해 나를 깊이 들여다보니 글 내 인생을 기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단편들을 퀼트의 조각조각을 바늘이 이어가 글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글창의 빈 공간 어떤 이야기로 나의 40대가 채워질까? 오늘도 흰 바탕의 한글창에 마흔의 내 모습이 채워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촛불을 불던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