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 읽는 엄마 Mar 01. 2023

책장 정리 그리고 책 분류표

책에 감정느낌 이름을 만들어주다

우리 가족은 거실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함께 모여 음식(사실 야식에 가깝다)도 먹고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tv도 보면서 얼굴을 마주하며 보내는 장소가 거실이다. 거실 한가운데에는 가족 모두가 앉을 수 있는 6인용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 뒤로는 병풍을 펼쳐놓은 듯

키 큰 책장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주 냉장고 정리를 하고 나니 이번엔 책장의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저학년 때 읽는 건데 아직 꽂혀있네.’

올해 5학년이 되는 둘째 아이가 저학년 때부터 읽던 책이었다. 요즘 냉장고 정리 이후로 눈에 보이는 것마다 정리해야 하는 욕구가 먼저 생긴다. 책장 정리는 냉장고 정리보다 큰 에너지가 소모된다.(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크면 이사센터에서도 책이 많으면 추가 요금이 있다고 하겠는가?) 책장에 꽂힌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고 둘째 아이가 읽은 지 한참 지난 책은 빼기로 한다.


냉장고 정리할 때는 반찬통 하나씩 빼면 되는데 책장의 책은 기본 열 권씩은 빼야 정리 시간을 단축시킬 수가 있다.

손안에 들어오는 만큼 책장에서 책을 빼고 같은 종류의 책끼리 바닥에 쌓으니 푸른 냇가에 있는 징검다리 우리 집 거실에도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한 질, 두 질, 세 질,... 여섯 질을 빼고 시리즈 책과 단 권 책들도 빼서 깨끗하게 닦아본다. 다 닦은 책은 노끈으로 묶어 동생네와 시누네 아이들에게 나눔을 해주기로 한다.



유치가 빠져 이갈이 듯 비어있는 책장엔 둘째 아이가 읽을 만한 책을 큰 아이 방 책장에서 빼와 한 칸 한 칸 채워나간다. 튼튼한 영구치가 나듯 책장에 아이가 2년 동안 읽을 책을 꽂으니 다시 책장우리 집 거실을 돋보이게 해주는 알록달록한 병풍 그림이 펼쳐졌다.


아이와 함께 책의 위치를 정하고 영역별 책을 차례차례 꽂아본다. 제일 좋아하는 책은 아이의 손이 잘 닿는

가운데 위치에 놓고 좀 더 챙겨봐야 하는 책은 좋아하는 책 위아래에 꽂아두기로 했다. 새롭게 제자리를 다 찾은 책들을 잘 기억하기 위해 아이와 책 분류표를 포스트잍에 써서 붙여보기로 했다.


“지운이는 과학 하면 어떤 게 생각나?”

“과학 하면 에디슨이죠! 그리고 과학은 재밌어요.”

“오~그럼 과학책 분류표에 뭐라고 쓰면 좋을까?”

“재미있는 과학책. 어때요?”

“좋다! 그럼 포스트잍에 써서 책장에 붙여보자.”



책장에는 총 6장의 책 분류표가 붙여져 있다. 재미있는 과학책, 꼭 알아야 될 역사책, 매콤하고 짭짤한 세계사책, 모든 맛이 다 있는 지식책, 또 읽고 싶어지는 문학책, 영어 쑥쑥 영어책.  6장의 포스트잍에 책 분류표를 적으며 아이는 책에 대한 느낌과 감정을 네임펜으로 꾹꾹 눌러 담아본다.  이렇게 아이랑 이야기를 나누니 아이의 취향도 책에 대한 느낌도 알아가게 된다.



도서관에 십진분류표가 있다면 새로 정리한 우리 집 책장엔 책에 대한 아이의 감정느낌 분류표가 책 영역을 분류하고 있다. 아이만의 분류표가 우리 집 을 잘 소개해주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식재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