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by 김정욱

6-23. 사랑에 관한 한,


신비하고 모호한 환상을 갖고 있던 명자는 이렇게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관계는 사랑이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오라도 없고, 보기만 해도 가슴이 쿵쿵 - 온 몸이 달아오르는 떨림도 없으니 사랑이 될 수 없음은 당연한 일.


"오빠 - 나 오빠한테 월급 줄까? 그게 내 맘이 편할 것 같은데 - - "

"월급은 좀 그렇고 - - 한 달에 한 번 저녁 식사, 어때?"

"에이 - - 그건 좀 그런데 - - 오빠도 남잔데 정 들면 어떡해?"

"요 꼬맹이 봐라 - - 응큼한 생각을 하고 있구만. 하하 - - 사실 여자랑 그냥 편하게 이런 저런 얘기 하구 싶어서 그래 - - 와이프랑 소통 하는 게 힘이 좀 들어서 - - 미리 컨닝 좀 하는거야 - - 여자 맘은 잘 알아챌 수 없으니 - - 공부 삼아 - - "

"그렇군. 그렇담 기꺼이 상담에 응해주지 - - 알고 보면 내가 아는 게 많은 여자라구 - - 모르는 거 빼놓구 - - 헤헤 - - "


아침 '명상센타'도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 둔 지훈이다.

아내가 여자들이 많은 그 곳에 왜 가느냐고 - - 가지 마라 했단다.

아내가 싫어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간단히 포기했다. 자기는 머슴 처지고 열심히 돈이나 벌어야겠다고 말하는 지훈을 보니 웬지 명자 마음이 쓸쓸해졌다.

'무슨 인생이 그래 - -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야지 - - '


여자도 그렇지만 남자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 집으로 갈까? 아님 분위기 좋은 집? 아님 편한 술 집?"

"그걸 왜 고민 해? 맛 집에 가서 밥 먹고, 분위기 있는 집에 가서 차 마시고, 편한 술 집에 가서 한 잔 쭈-욱 - - "

"그런가? 하하 - - "


지훈은 배려가 몸에 배어 있었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 자신은 몸이 크다보니 손 만 올려도 깜짝 놀라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항상 조심조심.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용조용 산단다.

초등학교땐 많이 맞았다고 - - 맞기만 했다고 말할 땐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맞고 있는 어린 지훈이 떠올라 맘이 짠해지기도 했다.

오빠는 없지만 실제로 오빠가 있다면 지훈과 비슷할 터, 여동생을 지극히 사랑하는 큰오빠의 모습이랄까?

오랜만에 명자는 맘이 둥실 푸근해졌다.

작가의 이전글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