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어쩌면 세상살이란
손톱을 세우며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알고보면 좋은 사람이 더 많은 세상, 서로 쓰담쓰담 보듬으며 사는 것이 잘 사는 일지도.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뭉치기 마련이니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게 아닐까?
맥주 한 잔으로 마음이 풀어져 버린 명자는 어쩐 일인지 지훈이 자꾸 측은해 보였다.
웃고 있는 모습에서 쓸쓸함이, 공허함이 흐르고 있는 게 보였다.
키 190에 100키로. 어디서나 눈에 띄는 덩치에 살기 힘들었다는 지훈오빠. 평범으로 스며들기 어려워 키 작은 사람들이 부러웠다는 사람. 학창시절엔 자신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체육선생에 끌려다니며 씨름, 유도, 축구, 농구, 배구를 했다는 남자. 정작 자신은 몸 쓰는 운동은 싫어한단다. 바둑도 좋아하고 어른들과 장기두기, 연필크로키, 그림그리기, 헐렁헐렁 느긋하게 걸어다니기, 맛 있는거 먹기, 요리하기를 좋아하는데 - - 명자는 픽 웃음이 나왔다. 157 키를 160으로 반올림하며 난 키 작은 여자는 아니다 친구들에게 주장하곤 했는데 - - 속마음으로 키 큰 사람을 부러워했는데 - -
'쳇, 내가 뭐라구 - - '
내가 나만의 숙제가 있는것처럼 그도 그만의 숙제가 있기마련. 잘 풀어 가길 바랄 뿐 - -
오랜만에 윤지가 찾아왔다.
대학 1학년때, 윤지는 자신과 국문과는 맞지 않는다며 자퇴했다. 다시 공부해 간호대학을 나와 간호사가 되었다. 자기주장이 분명해 명자랑 죽이 잘 맞는 친구였지만 갈 길이 다른 탓에 관계가 소원해졌다.
아무래도 명자가 같은 자리에서 오래 가게를 하다보니 드물지 않게 오래된 친구들도 방문했다.
"유붕자원방래 하니 불역락호야"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명자가 운을 띄우며 윤지를 끌어 안았다.
"몇 시에 끝나? 우리 한 잔 하자"
조용히 속삭이는 윤지는 웬지 지쳐보였다.
저녁 8시. 이른 시각이었지만 명자는 조급하게 문을 닫았다.
살림방은 아니지만 가게 안 쪽에 작은 방이 있었다.
"나 - - 어떡해 - - "
펑펑- 온 몸으로 우는 윤지를 토닥이며 명자는 마음이 심난해졌다.
소신은 뚜렷하지만 보드라운 친구였다. 분명 지독한 시련을 당한 것이다.
'그러게 왜 사랑은 해가지구 - - 원 없이 사랑했다면 그것으로 된 거 아냐 - - 에구 - - 나도 그런 사랑 한 번 해 봤으면 - - '
같은 병원에 있는 레지던트란다. 알고보니 1년 전에 약혼한 여자도 있고, 그 여자는 지금 유학 중. 자신은 그런 줄도 모르고 사랑을 시작했는데 그 남자는 잠시 바람 피우는 심정으로 윤지를 만난거고. 그럼 혼인빙자 뭐 그런 거? 그런 거는 아니라 했다. 한 번도 결혼 말은 한 적이 없단다. 이건 또 뭐지? 윤지가 혼자 짝사랑한건가?
술 못 마시는 윤지와 명자는 맥주 5병에 흐물흐물 울다가 웃다가 보듬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