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요양원
"최 길수 어르신. 일어나세요. 아침이예요. 아침!"
소란스런 느낌에 눈을 떴다. 6시 20분.
제길, 새벽일 나가나? 늙은이들을 6시 반부터 아침을 먹이다니 - - 하긴 벌써 깨어 아침을 기다리는 늙은이도 있다. 밍밍하고 심심한 국물. 건더기 몇개 떠다니는 북엇국에 밥 한 주걱, 야채 쪼가리 몇 개에, 싫어하는 호박나물, 생선조림이라니. 아무리 봐도 정 붙지 않는 스텐 식판까지.
따스한 것들도 식판에 담기는 순간 식어지고 맛이 떨어진다. 오늘 아침도 도대체 먹을 게 없다. 먹을 수가 없다. 담부터는 국이라도 건더기를 많이 달라고 해 봐야지. 그럼 뭐 해? '알겠어요' 대답은 잘 하지만 매 번 담당이 바뀌니 - - 늙은이는 그저 국물만 먹는다고 누가 그러나?
시설내에서 말 많은 늙은이는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원장이고 사무장이고 복지사고 요주의 인물은 관찰대상이다. 요주의 대상이 되면 좋을 게 하나 없다. 더 신경 써 주는게 아니라 더 통제된다.
'반찬을 골고루 드셔야지요, 국물을 드셔야지요, 영양분이 국물에 있는데 - - 앉아 계시면 안돼요. 걸으세요. 하나, 둘, 하나, 둘. 다리 힘을 길러야지요. 걸으세요. 웃으세요. 박수를 치세요. 짝! 짝! 짝! 행복 호르몬이 나온대요. 짝! 짝! 짝!'
그들의 말은 언제나 옳다. 정답이다.
나는 될 수 있으면 어떤 의견이든 내지 않는다. 사실, 이건 이렇게 해주면 좋을텐데 - - 하는 것도 있지만 그냥 덮어둔다.
모든 규칙들은 시설 근무자들 중심으로 짜여 있다.
그들의 근무시간에 맞추어 시작되고 끝이 났다.
늙은이들이 6시 반부터 잠 투정, 밥 투정 해가면서 아침을 먹기 시작하면 한 시간 넘게 걸린다. 그러고나면 8시쯤 그들의 아침 식사가 시작된다. 저녁도 4시 반, 늙은이들이 참 같은 식사를 하고 나면 6시에 그들의 저녁 식사가 시작된다. 이상하게 늙은이들은 그들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그들의 일거리일 뿐이다.
식사를 잘 하지 못하면 체크 대상이다. 아니 제일 중요하다. 배설과 함께. 운동을 거르거나 목욕을 거르는 건 그냥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식사를 몇 번 안하거나 배설을 몇 번 안하면 문제가 된다. 바로 조치가 내려져 근무자들이 바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