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내 앞의 생(길수 이야기)

by 김정욱

6-15. 나는 오랜만에 집 청소를 말끔히 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이란 걸 해 보기로 했다.

그래, 인생이란 혼자 가는 것이다. 누구나 저만의 몫이 있다. 외롭고 힘들어도 내 인생이다.

육십 아홉,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많은 나이도 아니다. 생각 많은 중늙은이다. 아직은 걸어다닐 힘이 있으니 일을 하자. 일을 하고 적은 돈이나마 벌면 좋은 일에 기부도 하자. 아프면서도 돈이 없어 죽는 사람도 많다하니 살고 싶은 사람 살리는 일에 돈을 보내자. 자식은 자식대로 잘 살면 되는 거고, 나는 나대로 잘 살면 되는 거지, 꼭 보듬고 같이 살아야 하는 거는 아니지 않는가.

나는 마음이 분주해졌다.

다음날, 동사무소에 들러 자원봉사자 등록을 했다. 이른 아침 초등학교 앞 교통정리도 하고, 우리 동네 지킴이 야간 방법대원도 했다. 동네 재활용회사에 들러 하루 한번 땀 흘리며 재활용품 정리를 도왔다. 병든 노인네들 도시락 배달일도 복지사들과 같이 다녔다.


자신의 타고난 건강은 과연 큰 복이기도 했다. 제 발로 다니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동안 자신을 돌아 봐 주지 않는다고 맘 고생했던 날들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씩씩하게 살다보니 보람도 있고 그냥저냥 지낼 만 해졌다. 하지만 적막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은 극복되지 않는 외로움, 언제나 낯설었다.

옛날, 많게는 대여섯씩 아이들을 많이 낳던 시절이 있었다. 그 중 똑똑한 놈은 똑똑한 대로 큰일을 하고, 영리한 놈은 영리한대로 돈도 많이 벌어 효도 하고, 좀 떨어지는 놈은 고향에 남아 부모와 같이 정으로 살고, 그 옛날 부모들이 특별한 가르침을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저마다 제 몫의 효를 하며 살았다. 그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은 그 당연하던 것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가르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돼버렸다.

어찌된 일인지 자식에게만 몰두하는 세상이 되어 나 자신도 그렇게 살았다. 자식 놈들과 애정을 쌓기보다 한 곳만 보라고 몰아 부친 결과, 오늘날 혼자가 되었다. 명희가 살아 있었으면 아들놈들이 그래도 가끔은 품안에 찾아 들기도 하겠지만 지금은 모두 놓쳐버린 기분이 든다.

가능하면 우울한 생각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갖고자 하루 한 번, 두 번, 세 번 외출을 했다. 겨울파카도 새로 사고 운동화도 멋진 놈으로 장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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