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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썬 Sep 14. 2024

[영화] 콘도 카츠야 - 바다가 들린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청춘을 위하여

배경사진 출처 - 넷플릭스


별점

★★★✦


한줄평

전부인 줄 알았던 게 우물이었음을, 바다가 들리고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 우물이 전부인 곳을 푸른 봄이라고 부른다.


리뷰

1993년도에 개봉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첫 TV 애니메이션으로 1시간이면 다 볼 정도의 길이다. 미숙하고 어리숙하더라도 그 때는 그게 전부인줄로만 알았던 10대의 청춘을 잘 그려놓았다. 일본 시티팝 음악에서도 그 특유의 푸른 봄에 대한 향수를 느낄 때가 있는데 일본이 참 그런 느낌들을 잘 살리는 것 같다.


1993년도에 만들어졌음에도 장면마다의 디테일들이 살아있고 그림체도 유치하다기 보다는 세련됐다의 느낌에 가깝다. 특히 영상의 디테일 뿐만 아니라 배경 소리에서도 놀랐는데, 정말 그 장면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화이트 노이즈에 한 두번 놀란게 아니었다. 동네를 걸어가면 내 주변으로 가깝고 또 먼 소리가 들리는데 메인 흐름에는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현실감 있고 공간감 있게 채워준다. 가 본 적은 없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고치 현이 일본에 실제하고 이 장소를 현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 고치 현을 알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영화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제목은 “바다가 들린다”이지만 영화에서 바다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겨우 해봐야 주인공과 그 친구가 진지한 대화를 나눌 때 뒷 배경이 바다였다는 정도? 수학여행으로 하와이를 갔음에도 바다가 나오지 않는다. 수영장과 욕조가 나올 뿐이다. 심지어 욕조는 단순한 침대였을 뿐이다. 영화의 끝에 와서 여주인공인 리카코가 어른이 되고 나서 이런 말을 한다. 어릴 때는 좁은 세상만 보고 있으며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고. 어른이 되고 나니 그게 얼마나 좁은 시야인 지 깨닫게 된다고… 이 메세지가 영화에서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영화의 회상 씬이 프레임이 두꺼운 액자 속 사진처럼 화면이 좁아지고 흰 여백이 많아지는 것으로 연출이 되는데 어린 시절의 세상이란 우물 속의 세상이라는 것을 비유했던 것 같다. 


“바다가 들린다”는 것은 그 때는 알지 못했던 넓은 세상과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첫 눈에 반하는 순간이라거나 첫 키스를 하는 순간에 종소리가 들린다고 하는 말과 함께 다양한 작품에서 깨달음의 순간에 자주 사용하는 감각은 청각이다. 소리로 그 깨달음의 순간을 알리고 이후 달라짐을 보여준다. 그런 느낌처럼 우물이 아닌 바다를 직면한 미숙하지만 푸른 봄에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바다의 소리였을 것이다.


P.S. 너무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배경과 심히 순수한 캐릭터들의 청춘에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작품을 싫어했다고 한다.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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