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 니타 프로스
요즘 책을 여러 권 읽고 있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메이드>를 카페에서 다 읽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간단히라도 생각을 정리해야겠다고 느꼈고 이 글을 썼다.
이 책은 호텔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한 메이드가 객실에서 유명인의 시체를 발견하며 시작되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몰리 그레이는 자신의 일에 아주 몰두하고 자신이 메이드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깔끔해진 객실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자신이 하는 이 일을 보이지 않는 친절한 서비스라고 말한다.
우리는 호텔이 좋으면 호텔 자체를 뭉뚱그려 좋다고 표현한다. 그 속에 많은 역할들이 숨어 있다는 건 딱히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이 책의 저자가 편집장이라 주인공을 메이드로 한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편집장은 책을 출간하기까지 필요한 많은 역할들 중 하나이다. 우리는 책이 좋을 때 책 자체를 뭉뚱그려 좋다, 혹은 작가가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한다. 하나의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여러 과정을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즉 작가 이외의 존재를 쉽게 간과한다. 청소부인 메이드처럼. 자신이 편집장이어서 느끼곤 했던 것들을 메이드에게 투영한 책인 것 같다고 추측해 본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유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책의 전반부는 조금 지루할 법한 내용이다. 주인공인 몰리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는데, 그녀는 25살이고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살았지만 최근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살고 있다는 것. 자신이 이 호텔의 메이드가 될 수 있었던 이유. 할머니와의 추억을 많이 언급하면서 소설 중간중간에 할머니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들을 회상한다. 중반부가 지나면서 점점 흥미진진해지는데, 몰리는 짝사랑했던 바텐더 로드니에게 이용당해 살인과 마약 거래 누명을 쓰게 되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이 후반부에서 전개된다.
몰리는 누명을 벗기 위해 인사하며 지냈던 프레스턴 씨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는 변호사인 딸과 함께 그녀를 돕는다. 그러면서 또 한 명의 피해자를 알게 되고 함께 힘을 합쳐 로드니가 범인임을 밝힐 증거를 찾는다. 이런 과정 속에서 몰리는 친한 사람들이 생기고 할머니에게서만 느낄 수 있었던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유명인을 죽인 진범. 사실 로드니는 진범이 아니었다. 몰리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인 몰리의 성격이 너무 답답했다. 그녀는 남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철칙이 많았고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에도 비스킷을 씹는 횟수에 집중하고, 더러운 조사실에 집중했다. 청소하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이 이유가 되는 행동들도 있지만, 그 이외에 설명되지 않는 행동들이 여럿 보였다. 그래서 읽는 도중에 책을 덮고 싶기도 했다. (ㅎ..) 경찰에게 빨리,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서 오해를 받는 것도 그렇고, 그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에 정신을 파는 것도 그렇고. 소설에서 몰리는 자신이 남들에 비해 다르다는 걸 알고 있다고도 말한다. 나도 몰리의 그 성격을 정확히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남들과 뭔가가 다르다는 것 정도만 알았다.
몰리는 왜 미심쩍은 행동을 했을까?
책을 다 읽고 나서 알게 된 것이지만, 책 뒷면에 몰리가 소통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렇게 설명하면 모든 게 이해되긴 한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 같은 것들..
그런데 나는 다른 해석을 해 보았다. 이 이상한 행동들 중 몇 가지의 출처가 할머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행동들을 설명하기엔 부족하지만, 이것으로 꽤 설명할 수 있었다. 9개월 전, 할머니가 죽었고 그녀는 상실감과 충격이 꽤 컸던 것 같다. 친구도 친한 동료도 마땅히 없었으니 슬픔과 외로움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와의 추억, 할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당부들에 병적으로 매달린 것 같다. 할머니가 말했던 행동을 함으로써 할머니의 존재를 느끼고 외로움을 달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들로 인해 남들과 더 멀어졌을 거고..
몰리는 많이 외로웠던 거다. 외로움은 더 깊은 외로움을 가져왔다. 그렇게 몰리는 고립된 채 시간을 보냈고, 외로움을 그나마 잊을 수 있는 청소 일에 몰두했던 것 같다.
좋은 문장
네가 하는 일을 사랑하면 넌 평생 하루도 일하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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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 못지않게 저 문으로 들어갈 자격이 있어. 그렇게 할 거고. 어서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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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다 잘될 거다. 잘되지 않았다면 아직 끝이 아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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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진실은 세상을 바라보는 내 렌즈를 강조하고 우선시한다. 그 렌즈는 내가 가장 잘 보는 것을 강조하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또는 너무 자세히 보지 않겠다고 선택한 것은 흐릿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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