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

by 김새옹


저번주 금요일을 기점으로 내가 지원한 대학교들의 추합 발표가 끝났다. 나의 1지망 대학교는 집에서 많이 먼 공대였는데 최초 발표에서 예비 1번을 받았고 끝까지 빠지지 않았다.. 일반 교과 전형인데도 워낙 뽑는 인원수가 적어서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집에서 가까운 인문대를 가게 되었고 꽤 아쉬웠다. 그냥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내 미래가 통째로 사라진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이 컸다. 이 학교도 그렇게 나쁜 학교는 아니지만 철학과이기에 도대체 뭐로 먹고사나, 벌써부터 걱정이 되었다.


철학과를 나오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 가장 좋아하는 학문이지만 4년 동안의 공부가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아서 심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게 대학교는 직업을 갖기 위한 발판 정도였다. 그래서 전문적인 무언가를 배우는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철학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문제였다. 무얼 하고 싶은지도 확실치 않은 내게 미래가 없는 학과는 불안 덩어리였다.


동네 뒷산에서 발견한 터줏대감 고양이

무거운 마음을 뒤로하고 부모님과 등산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래를 살지 말고 현재를 살아라.

현재에 열심히 잘 사는 사람이 미래에 못 살 수가 없다.

하루하루를 만족스럽게 살면 미래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마음을 편히 가지고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해라.


나는 여태까지 철학과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 생각을 가지고 입학했다면 분명 공부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래에 도움도 안 될 공부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구시렁대었을 게 뻔하다. 그렇게 4년을 보내면 내가 걱정했던 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졸업하는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나조차도 믿지 않는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으니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직 미래는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 미래는 내가 가지는 기대만큼 가능성을 희미하게나마 지닐 뿐이다. 그러니까 가늠할 수 없는 미래를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대신 현재 눈앞에 있는 것들을 꾸준히 즐겁게 해 나가자. 나는 이렇게 살아야겠다.


철학과에 미래가 없다는 편견을 내려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철학과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안 좋다는 건 사실이다. 인기 없는 학과로 꼽히기는 하니까. 하지만 세상은 학과만으로 성공과 실패가 갈리지는 않는다. 취업률이 높은 학과를 나와도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취업이 어렵고 취업이 되더라도 불만족스러울 게 뻔하다. 반대로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나와도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충분히 취업해서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일할 수 있다. 어느 곳에서든 빛날 사람은 빛난다. 결국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무엇을 하느냐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하기 나름이다.


나는 대학교에서 내가 좋아하는 학문을 맘껏 탐구해보고 싶고 색다른 경험도 많이 해보고 싶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4년 후의 미래를 앞서 정의 내리려 하지 말고 곧 눈앞에 펼쳐질 삶을 만족스럽게 보내기로 다짐한다.


내가 만든 PPT <live in the present> 중



취업을 걱정하는 시대 속에서 나는 인문대학을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철학과에서 겪고 느낀 것들을 또 글로 써내려 갈 예정이다. 내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대한 만족스럽게 살아보려 한다.

불안은 어느새 기대와 설렘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모든 건 내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걱정한 대로, 생각한 대로 살게 된다.

그러니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특히 나는 미래를 걱정해서 도움이 된 적이 없다. 그냥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고, 그런 나를 믿고 나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하면 결과는 따라왔다. 그걸 몇 번 경험하고부터는 과정 속의 나를 믿어주는 것이 중요함을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나를 믿지 못하면 나만의 방식을 좇기 어렵고, 나만의 방식을 탐구하지 않으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그동안의 내게 답답함을 느껴서다. 나는 계속 같은 길을 맴돌았다. 알았다 하면서도 또 잊고, 또 같은 방식으로 나를 믿지 못해서 내게 맞지 않는 방식을 하면서 힘들어했다.


나는 마음의 부담감이나 불안을 잘 느끼고 그것이 몸으로도 빨리 드러나는 편이다. 그래서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여러 번 겪었다. 지금 그 고통의 원인을 생각해 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인 경우가 많았다. 열심히 하지 않을까 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봐,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할까 봐, 취업을 하지 못할까 봐. 내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미래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오늘을 제대로 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게 말해주고 있는 거다. 조금씩, 꾸준히 해낸 것들이 내가 원하는 미래를 가져오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즐겁게 할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나를 마땅히 믿어주고 사랑해 주기를 미래의 나에게 당부한다.


엄마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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