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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이 적어본 고2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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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봄별 Oct 21. 2023

글쓰기와 독서가 힘들었던 이유

매번 새로운 글을 창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장 하나하나에 나만의 독창성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세이에서 많이 보이는 글은 기피했고 에세이 자체도 경계하며 잘 읽지 않았다. 흔한 글은 내 것이 아니라서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들을 재단하지 말고 써내려 가보자. 배가 고픈 것, 잠이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처럼 인생은 자연스러운 것들을 완전히 제거하며 살 수 없다. 우리는 며칠만 밥을 먹지 않아도 굶주림에 일어서지조차 못할 테고 며칠만 잠을 자지 않아도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테다.

나는 문장을 쓰는 것에서 그 자연스러움을 제거하려 했다. 에세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힘들면 쉬어가도 괜찮아”, ”우울할 땐 깊게 침잠하는 것도 필요해“,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자”와 같은 문장을 철저히 제거하려 노력했다. 이미 수천번, 수만 번 쓰인 그 문장은 내 것이 아니라 생각했고 나에게서 우러나오는 글만이 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독서를 하지 않았던 것도 같다. 혹시나 나중에 무의식적으로라도 그 문장을 쓸까 봐, 내 것이 아닌 문장을 써내려 갈까 봐, 우려했다. 이 우려만으로 책을 멀리 했고, 맨땅에 아무런 양분 없이 나무를 키우려 했다.

이상적인 기준은 매번 나를 옭아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생각과 글만을 원했다. 그러다 보니 남들에게도, 나에게도 필요한 생각과 글을 가치 없는 것이라 여겼다.

남들 모두 하는 말처럼 보이는 글도, 나의 경험에서 비롯한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각임을 잊지 말자. 흔한 내용이지만 나의 경험과 엮여 있다면 그건 나만의 글이다. 나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약간은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내는 사람이다. 내가 우려했던, 복사 붙여 넣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그동안 나는 내가 하지 않을 행동을 걱정해서, 내게 필요한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