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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여운코끼리 May 31. 2021

오늘도 넌 내게 위로를 건넨다(두 아들맘의 육아생활)

#06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둘째를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걸 꼽으라면, 바로 첫째와 둘째의 성향 차이였다. 에게 형제의 육아는 이번판을 깨 다음 판이 나오는 어려운 게임과 같았다. 사실 아직도 나는 형제 사이에서 종종 갈피를 못 잡는 미숙한 부모이다.  


첫째는 어린 시절의 나와 판박이다. 그냥 딱 FM 원칙 주의자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독립심이 넘치는 학자 스타일이다. 마음이 좀 여려서 눈물을 자주 보이지만 크게 사고를 치거나 예상치를 벗어난 적이 없다.


반면, 둘째는 늘 새로운 것을 탐구하며 움직이는 탐험가 스타일이. 루도 사고를 안치는 날이 없고 늘 자기 의견을 강하게 표현한다. 말보다 몸이 빠르고 욕심도 많다. 형에게 딸기 한알, 과자 하나라도 더 가거나 엄마가 형하고 다정하기라도 하면 난리가 난다.


누군가 그랬다. 둘째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은 첫째의 장난감이라고, 둘을 키우면서 내가 가장 빈번하게 겪었던 갈등둘째가 첫째의 물건을 망가뜨리는 것이었다. 첫째는 장난감을 아끼고 소중히 대하는 반면 둘째는 전환이 빠르다. 똑같은 장난감을 사다 줘도 첫째는 제 것을 애지중지, 늘 장난감에 이름을 붙이고 대화를 한다.


반면, 난감을 던져보고 밟아보던 둘째는 본인 것을 망가뜨리거나 재미없어하고는 형아 것을 뺏는다.

첫째가 울고 불고 난리가 나도, 내가 눈물 쏙 빠지게 혼내도  둘째는 그때 잠깐 미안할 뿐, 뒤돌아서면 쿨하게 잊는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다쳐서 서럽게 우는 건 첫째였다. 고장 난 새 장난감 때문에 몇 날, 며칠을 속상해하는 첫째를 보며 나도 가슴이 아팠다.


물론 둘째의 의도는 늘 순수했고, 꾸밈이 없었다. 물건을 고장 내는 일에도 악의는 1도 없었다. 매일매일 진심을 다해 엄마와 형을 사랑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가족들을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엄마를 위해 진심을 담은 편지나 선물도 자주 준비했다. 놀이터에서도 다른 어른이 간식을 주면 형 것 까지 챙기는 그런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다.


하지만  나는 둘째가 거웠다. 사고를 칠 때마다 아무것도 모르는 둘째를 붙잡고 소리를 지르고 혼냈다. 그때마다 둘째의 동그란 눈은 두려움으로 눈물이 가득했고, 작은 어깨는 움츠러들었다. 다시는 그러면 안된다는 나의 단호한 명령에 떨리는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새로운 날면 새롭게 리셋되는 둘째의 행동에 나는 많이 지치고 엄마로서 자존감도 줄어들었다. 좀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나는 수십 권의 육아서와 온갖 육아 프로그램을 다 챙겨 보았지만 그런 나의 노력에도 그 시간들은 힘들었고 나는 버텨내야 했다.


육아로 지친 어느 날은 어린 둘째의 엉덩이를 힘껏 때리기도 했다. 육아를 하며 쌓여가던 나의 부정적 감정은 둘째를 향한 공격성으로 폭발했다. 나는 그때 부모로서 나의 바닥을 봤다. 사랑하는 사람과 낳은 사랑하는 나의 자식인데도, 소리 지르고 혼내고 엉덩이를 때리지 않고서는 그 부정적인 감정들이 풀리지 않았다. 


어느 날은 둘째를 향한 미안함에 울었지만, 또 어떤 날은 부모로서 자식에게 느끼는 그 날카로운 감정들이 버거워서 울었다.


왜 나는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화가 나는 걸까?


나는 나의 마음에 답을 찾지 못한 채 풀리지 않는 갈증을 안고 헤맸다. 그 당시 둘째는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어린이 집 선생님들은 호기심 많고 애교 많은 둘째를 정말 많이 예뻐해 주셨다. 사랑받은 기억의 온기가 둘째의 마음에 난로처럼 따뜻하게 남아 있는지 6살인 둘째는 아직도 어린이집 원장님과 선생님 이야기를 한다.


어느 날 나는 열이 난다는 어린이집 원장님의 전화를 받고는 아이를 데리러 한 걸음에 달려갔다. 열이 나 상기된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아이의 얼굴도 어딘가 부어있었다. 손에 꼽을 만큼 드물게 열이 나는 건강한 둘째이지만 아픈 둘째는 생기를 잃고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둘째는 어서 집에 가서 쉬자는 나의 손을 밀어내고 담임 선생님 품에 안겼다. 그때 나의 마음은 정말 복잡했다. 미안함, 서운함, 안쓰러움, 당혹감......


겨우 24개월이 갓 지난 아이에게 내가 얼마나 엄격하고 다정하지 못한 엄마였던가!아이가 가장 약하고 보호받길 원할 때 아이가 선택한 건 어린이집 선생님 품 속이었다.


무수한 감정들이 교차한 그날 나는 아이를 재우고 어린이집 사진 속의 둘째를 자세히 봤다. 어린이집에서 둘째는 집에서보다 더 해맑게 웃고 있었다. 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의 고된 육아에 대해 뭐가 문제일까 어떤 방식으로 육아를 해야 할까만을 고민하며 아이와 나 사이의 문제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날 나는 깨달았다. 내가 집중해야 할 건, 내가 바라봐야 할 건 나의 아이 그 자체라는 것을.......


내가 문제와 해결 방법만을 들여다보는데 치중해 눈을 가리고 있는 동안 아이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가장 사랑받아야 하는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지금 이 순간 아이를 바라보고 충분히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자. 이 사랑스러운 작은 악마들은 갖가지 사고를 치며 부모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부모의 마음을 흔들지만 감정의 안개를 조금 걷고 보면 그냥 작고 예쁜 아이일 뿐이라고......


많은 육아서와 프로그램에서 인내심 있는 부모, 일관적인 부모, 안 되는 건 안된다고 단호하게 가르치되 다정한 부모가 정답이라고 한다. 그렇지 못한 나는 늘 부족하고 자격이 없는 부모 같았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두 아이와의 시간을 그렇게 까지고 다치며, 힘들고 부르트며 보냈다. 하지만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 형제가 처음이라 실수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도 겪는다. 부모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그동안에도 늘 아이들에게 집중하며 방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부모이다.
열이 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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