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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여운코끼리 Jun 12. 2021

오늘도 넌 내게 위로를 건넨다(두 아들맘의 육아생활)

#09 막내가 예쁜 이유

첫째를 기르면서 나는 나름 평온했고 엄마로서의 인내심을 시험당할 일도 거의 없었다. 성향이 나와 비슷한 첫째는 정말 나를 많이 닮아서 운동을 하는 것도 무척 좋아했고, 집에서 비즈나 고무줄로 작은 액세서리 만드는 것도 책 보는 것도 뭐든지 혼자 하고 싶어 하는 건도 심지어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이나 학원을 다니기 싫어하는 것 까지도 나랑 똑 닮았다. 첫째와는 모든 생활들이 자연스러웠다. 함께 산책을 가고 도서관을 다니고 집에서 팔찌나 목걸이를 만들며 평온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둘째는 영 딴판이었다. 호기심 천국에서 온 사고 쟁이 귀염둥이 떼쟁이 둘째를 키우며 나는 온갖 희로애락을 다 느꼈고 매일매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다.


둘째는 하루 종일 질문을 한다. 주로 하는 질문은 백더하기 백은? 하는 수학 질문, 처음 며칠간을 수학에 관심 있나 보다 하고 성의 있게 답해줬지만 그 질문이 몇 달간 계속되고 보니 나는 이 질문이 정말 궁금해서가 아니라 엄마와 상호작용하고 싶어서라는 걸 깨달았다. 지친 내가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해서인지 둘째는 나와 떨어져 있는 순간을 참지 못하고 늘 엄마와 함께 하길 원한다. 할머니 집에서 아무리 재미있게 놀고 와도 엄마가 안 가면 집에 와서 엄마가 안 가서 재미없었다며 떼를 쓰고 운다. 어디서 우울하다는 말을 배워온 후로 둘째는 "엄마가 없으면 우울해요."라는 말을 달고 산다.


둘째는 내가 조금만 안색이 변해도 눈치를 살피며 나에게 묻는다. "엄마는 날 사랑하죠?",
둘째의 크리스마스 소원은 '엄마가 예뻐지는 것' 제일 좋아하는 건 엄마와 요리하는 것,
가장 행복할 때는 '엄마가 안아줄 때'
제일 무서운 건 '엄마가 늙어서 죽는 것'


그래서 둘째는 엄마가 나이 먹는 걸 정말 싫어한다. 청개구리 동화책에서 말 안 듣는 불효자 아들 때문에 엄마 청개구리가 죽었을 때는 몇 날 며칠은 엄마가 죽을까 봐 걱정하더랬다.


이런 둘째가 오래도록 열망하는 이루지 못할 작은 소망 하나 가 있는데 그건 바로 형이 되는 것이다. 둘째는 늘 작은 소리로 말한다. "아 나도 형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형이랑 나랑 바꿨으면 좋겠다." 


나는 당연히 형이 크고 멋져 보여서 할 수 있는 게 많아 보여서 그런 줄 알았다. 크게 궁금하지 않아 묻지 않았다. 어느 날, 그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둘째가 귀여워서 "왜~형이 멋져 보여서?"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둘째의 대답이 나의 마음을 찡하게 했다.


"형은 엄마랑 더 많이 살았잖아요."


그제야 둘째가 아직 태어나기 전에 엄마 아빠 형만 있는 사진을 보며 자기가 없다고 통곡하던 둘째의 맘이 조금은 와닿았다.


엄마들이 막내를 예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형제들 중 막내와 함께 할 시간이 가장 짧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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