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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Jan 08. 2024

나를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2회기, tci검사 해석


기질은 타고나는 성질이라 변하지 않는 것, 

성격은 후천적으로 학습된 사회적 능력으로 변경 가능한 것.



두 번째 상담에서는 나의 기질과 성격을 보다 더 정확히 탐색하기 위해 tci 검사 해석을 진행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응답 속도보다 빠르게 설문을 마치고 나니 십 분 정도 걸렸던가.

정확도 높은 결과가 나올 거라며 들고 온 검사지의 결과표는 예측할 법 한 부분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외향적인 성향보다 확실히 내향형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타인보다 선천적인 에너지가 부족했다.

내적인 충동성이 높지만 그를 이겨낼 만큼 절제력이 커서, 이제껏 충동적인 순간이 닥쳐왔을 때도 본인을 잘 절제해왔으리라는 설명이 뒤따라왔다.

앞서 말한 유형은 전부 선천적인 기질에 속했으며 나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다만 사회적 민감성이 두드러지게 떨어진다는 결과에는 어깨가 으쓱여졌다.

정서적 감수성과 자기개방이 낮고 독립성이 강함.


연대감이 부족하고 타인을 수용할 줄 알지만 공감, 이타성 관대함 등의 수치는 낮은 편이라나.

타인을 이해하지만, 그의 감정을 공감하고 상대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니.

나는 이제껏 감수성이 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내 착각이었던 건가!



유독 사회적 관계나 타인을 상대하는 성격만 낮게 나온 것은

사람을 대하는 데에 있어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고, 본래 갖고 있는 에너지가 낮기 때문일지도.


하긴 그렇지. 내게 쓸 에너지도 부족한데 타인에게 쓸 에너지가 어디에 있겠는가.

타인에게 거리를 두려고 티를 내지 않았지만, 정작 나를 만났던 상대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뒤이은 성격 해석 역시 내가 바라보고 있는 나와 비슷했다.

성취에 대한 야망과 완벽주의가 높은 편.

이에 대한 책임과 목적의식 역시 확고하다는 성격은 틀린 게 없었다.



이미 알고 있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알아가는 나는 사뭇 달랐다.

에너지가 과도하게 떨어져 지친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했기에, 

결과지가 완벽하게 나를 대변한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마냥 내 모습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약하거나 부족한 면을 들여다 보려니 힘들었다.



오늘은 나를 이해해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상담자의 이야기에 눈물을 좀 흘렸다.

내 약점과 결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게 쉽지 않거니와, 타인에게 칭찬받는 일도 어색했다.

남들에게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고 나 스스로도 약해지는 것 같아 싫다.



글로는 담담하게 적어보지만 저 한 마디를 꺼내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했다.

때문에 나를 감추고 싶었다. 타인에게 나를 개방하는 일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와 꾸준히 교류하고 소통한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일상을 공유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에너지가 많이 떨어진다. 부족하다. 힘들다. 피곤하다.

받아든 결과지를 들고 귀가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선천적으로 남들보다 에너지가 떨어질까.

욕심이 많으니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데, 

그러잖아도 부족한 에너지를 완전히 고갈될 때까지 써댔으니 소진 상태에 들어가는 건 당연하지.



상담 선생님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해주셨지만,

나는 '왜 남들 만큼 못해, 왜 남들보다 하지를 못해' 라며 또 나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습관이라는 건 무섭다. 

우울증 탓이 아니라 그렇게 '타고났음'에도 바뀌지 않는 기질을 비난하게 되니까.






주 1회 상담, 총 8회기의 상담 기록.
'번아웃 극복'을 주제로 한 짧은 상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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