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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Dec 31. 2023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확고하기에 더 불안한

1회기, 첫 상담







첫 상담을 마쳤다.

접수 상담 때와는 다른 상담사 선생님과 마주하며,

지난 시간 진행했던 심리 검사지와 기본 정보가 적힌 상담 신청서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담을 신청하게 된 계기와 이제껏 경험했던 상담 내용 및 결과, 간단한 가정사와 성장사.

하고 싶은 일 하기와 (글쓰기) vs 해야하는 일 하기(사회복지 사 시험 응시 및 취직)...

이렇게 말하고 보니 장기 상담을 받던 재작년, 청소년일 적 고민했던 내용과 본질은 별반 다르지 않구나.



모든 이야기를 고작 50분이라는 상담 시간에 함축해 털어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핵심적인 부분, 혹은 지금 말하고 싶은 것만 반복해서 말하게 될 뿐.



결론도 중심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말을 줄줄 내뱉을 때마다 상담자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고,

진솔한 수용과 감정으로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셨다.

이미 확고한 마음과 자기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와 함께.


맞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학교를 자퇴하고 지금껏 글을 쓰고 있으니,

그 마음이 여전히 변치 않아 현실과 부딪칠 때마다 괴로워진다.



이제껏 내가 해온 성과들을 줄줄이 나열해 보지만, 

그것은 이제껏 지나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해명하려는 말에 불과할 뿐 그래도 불안함은 내 마음 속에 여전히 내재되어 있다.

열심히 하고 있고, 잘 하고 있는데 왜 불안해하는 걸까?

사람들은 그렇게 묻곤 한다. 나는 '잘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다' 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문제이지.



프리랜서라는 자유 직업을 가졌거나 예술가들이 흔히 겪는 고민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결과주의적인 세상에서 비춰지는 건 결국 성과, 성적, 그로 인한 수익 밖에 없으니까.

나를 채찍질하고 조급하게 사는 이유 역시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성과'나 '생계를 이어갈 만한 수익'을 내기 위함이 아니던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해가 지날수록 가중된다. 졸업을 앞둔 지금은 더더욱.



사회가 내게 주는 불안과 우울,

개인 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무력감,

더 나아질 거라는 보장이 없는 미래를 나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털어놓고 보니 더욱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내 이야기를 듣던 선생님은 조금 더 깊은, 내 마음과 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며

앞으로의 시간 동안 차차 내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지난날의 힘들었던 경험이나 옛 생각을 떠올리는 일 역시도 너무 귀찮고 피곤하지만...

나를 돌아보는 게 또 하나의 치료이자 성장 계기가 되겠지.





주 1회 상담, 총 8회기의 상담 기록.
'번아웃 극복'을 주제로 한 짧은 상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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