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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Feb 01. 2024

사소한 실패에 무너질 때, 자책하지 않으려면

5회기, 시험에 낙방했지만 자책하지 않아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떨어졌다!

이미 지난 블로그 리뷰를 하며 이야기하긴 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1문제 차이로 커트라인에 걸렸으니까.

기대하지 않고 보겠다고 한 것치고는 괜찮게 나온 걸 수도 있지만

'이번 시험 잘 봤는데?' 라는 기대에 의기양양해진 게 무색해질 정도로 부끄러웠다.



불안감과 초조함에 좋아하던 찻집에 가서도 분위기를 즐기지 못했다.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골목은 어둡고 아무도 없었다.

용기 내서 입 밖으로 "괜찮아" "다음에 하면 잘하면 되지 뭐" 라고 외쳐본다.

울컥함이 밀려나와 작게 흐느꼈다. 그래도 괜찮아.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나 홀로 표출할 수 있는 슬픔의 감정.



상담에서도 병원에서도 이 일을 털어놓았다.

실패는 어쩔 수 없이 씁쓸함을 동반하니까.

그래도 며칠이 지난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어려운 시험이었다. 주변에 아깝게 떨어진 친구들도 많았다.

'나만 못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안도감을 가지는 게 우습지만, 그랬다.



밑도 끝도 없이 빠져든 우울의 시기와 부담감이 크던 일을 하나 해치우고 나니까

그래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실제로 편안해진 것이겠지.







두꺼운 필독노트를 던지고 노트북을 켜서 마감해야 할 글들을 작업했다.

역시 글을 쓸 때 나는 가장 자유로워지고, 자신감이 넘쳐나며 곧 행복해진다.

글 이외의 요소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대도 결국 '쓰는 행위'에 만족해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평생 글을 쓰며 살아야 할 운명이구나, 다시금 자각한다.



8회기로 마무리지을 줄 알았던 상담은 다음 주면 종결이 된단다.

6회기의 시간이었지만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번아웃에 빠진 내가 어떤 식으로 이 위기를 이겨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미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는 것과 시도하는 것은 달라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을 뿐.

내 안의 능력을 깨닫고 임파워링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시도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 중심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신 전문가 선생님들께 감사한다.



여전히 나는 작은 실수와 선택에도 의기소침해지고 우울해 한다.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고 아, 뜨거운 걸 주문할 걸. 하고 후회하고

기대에 가득 차 샀던 디저트가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우울해한다.

사소한 일 하나에 금방 실망하고 자책하는 내가 또 우습고 하찮아 보이지만,

'나쁜 생각 그만해' '잊자' 라는 말 한 마디로 이 굴레를 끊으려 노력해본다.



생각이 너무 많아져 되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제대로 된 휴식이 되지 않을 때 명상을 해보라는 추천을 받았다.

처음 정신건강의학과에 갔을 때 만났던 의사 선생님도 명상을 권유해주셨다.

그때 몇 번 시도해 보면서 머리가 조금 맑아진 경험을 느꼈는데, 꾸준히 하지는 못했지.

오랜만에 명상을 해보니 확실히 눈을 감고 편하게 있어서 그런지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완벽하게 나를 통제하고 제어할 수는 없다.

그래도 아주 잠시, 하루에 10분이나 15분이라도 나를 놓아주고 위안을 찾는 시간을 주어야겠다.

나 자신에게 조금 더 관대해져야지. 자책을 그만두고 실패에도 의연해질 수 있도록.





주 1회 상담, 총 6회기의 상담 기록.
'번아웃 극복'을 주제로 한 짧은 상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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