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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02. 2022

호주 시골-라이온스 클럽이 하는 일은?

소박하게 낮은 자세로 이웃을 돌아보기

지난 3월 노동절 연휴였다. 모처럼의 긴 주말을 맞으면 사람들은 짐을 꾸려 집을 나서기 마련이다. 조용한 스킵튼 시골 국도도 이럴 땐 제법 붐빈다.

라이온스 클립 스킵튼 동네 지부에서는 이런 연휴마다 지나는 여행객들에게 커피를 서비스하는 봉사를 한다. 낡은 트레일러를 한적한 동네 모퉁이에 세우고 물을 끓이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지나가던 이들이 차를 세우고 오토바이를 세우고 캠핑차를 세우고 커피 한잔 마시겠다고 온다.     

셀프로 커피를 타마시고 비스켓 한 조각을 씹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선문답 같은 대화는 반복되는 듯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제각각의 출발지에서 저마다 다른 행선지로 나름대로의 목적을 갖고 길을 달리는 여행자들.   

이들은 그저 스킵튼이란 작은 시골 동네에 잠시 멈춰서 스트레칭을 하다가 내가 끓이는 물에 커피를 한잔 타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이다. 만난 적도 없고 다시 만날 일도 없겠지만 짧은 한순간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건 길 위에 선 사람들만이 누리는 자유이다.     

끊이지 않고 찾아드는 사람들. 몰려왔다 몰려가는 무리들. 심심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분주했고 재밌었다. 오는 사람 맞고 가는 사람 보내며 즐겁고 안전한 여행을 기원했다.    

사람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동전 몇 닢 던져놓고 간다. 그 돈을 모아 라이온스 클럽은 동네 공원에 정자도 세우고 크리스마스 때 마을 잔치도 열고 한다. 또 농장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해 팔은 수익금으로 동네 청소년 학업을 돕는다. 나의 남편도 한 달에 한두 번 첫새벽에 나가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에 동참해 왔다.   


난 이전에는 대단한 사업가나 지역유지만 라이온스 클럽에 가입하는 줄 알았다. 큰돈 모아 이름 걸고 폼나게 봉사하는 건 줄 알았다. 은퇴한 노인들과 중장년의 남자들이 궂은일, 티 안나는 일, 안 해도 상관없는 일들을 마을에서 찾아 하며 어려운 이웃을 꾸준히 돕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도 이날  당번이 되어 두어 시간 다른 멤버들과 커피물을 끓이며 작은 실천의 소중함과 나눔의 가치를 배웠다.   

아들은 아빠가 라이온스 멤버라는 걸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아빠가 진짜 사자들과 어울려 노는 사자굴 속의 글라디에이터쯤 되는 줄 착각하는 것 같다. (2010/5/16 씀)


마을 잔치에서 소세지 굽는 라이온스 회원들. 노인들이 팔걷고 일한다.

80이 넘은 한 할아버지는 몇 달 전 심장에 문제가 있어 바이파스 수술을 하고 몇 번을 중환자실을 들락이며 어렵게 회복했는데, 이날 소시지를 구우셨다. 아무도 시키지 않지만 스스로 낮은 자리에서 궂은일을 하며 남은 얼마간의 삶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남에게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 아닐지. 이런 분들을 보며 젊은 사람들은 절로 고개를 숙이고 또 자신들이 나이 들었을 때 본 데로 다시 따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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