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씨는(PortSea)는 모닝 튼 반도의 맨 끝자락에 있는 바다이다. 반도의 끝자락에 있다는 말은 앞바다와 뒷바다가 매우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고 분위기가 전혀 다른 두 바다를 도보로 걸어 다니면서 둘 다 즐길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오늘은 포트씨 앞바다 즉 프론트 비치에서 즐긴 밤낚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우리 가족이 낚시에 큰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직접 낚시를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모닝턴 바닷가는 해산물이 넘쳐나는데도 국립공원이란 이유로, 수자원 보호라는 이유로 상업적 채취가 금지되어 있다. 바닷가 근처니 싱싱한 해산물 가게가 흔하게 있겠지 싶지만, 이 동네 생선가게엔 타지에서 잡아온 생선이나 아예 해외에서 손질되어 온 냉동생선이 그득하다.
오로지 레저를 목적으로 한 낚시를 면허증을 발급받은 뒤에나 할 수 있다. 1년 기준으로 15불, 2만 원 정도이니 비싼 것은 아니지만 여러 조건이 까다롭게 붙는다. 가령 매 낚시 때마다 전복은 1인당 5개, 크기는 10센티 이상, 홍합은 1킬로 이내 하는 식이다.(해마다 세부 사항이 바뀌어 정확한 건 아니지만 대략)
이 동네 주민들은 종종 온 가족이 낚싯대를 들고 나와 오징어 몇 마리 잡아 저녁거리를 해결하기도 한다. 타지에서 오는 전문 낚시꾼들은 때론 중장비를 갖추고 다이빙을 하거나 배를 대여하여 깊은 바다로 나가기도 하고 한겨울에도 찬바람을 맞아가며 밤새 낚시를 한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노동절 연휴를 맞아 아들 친구 하나를 데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을 뿐이다. 이 말인즉슨 두어 시간 노력했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는 소리다.
바닷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유서 깊은 포트 씨 호텔이 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작은 규모의 호텔인데 이 날은 연휴로 관광객이 몰려들어서인지 뒷마당에서 야외 콘서트까지 열고 있었다. 낚시를 하며 이들의 라이브 음악을 얻어 듣는 호사까지 누렸다.
해는 곧 넘어가고 가로등 불빛이 하나씩 켜진다. 바닷물에 반사되는 금빛 조각들이 물고기처럼 유영한다.
빵빵대는 스피커로 라이브 음악을 듣자니 왠지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의 대성리 엠티 같은 것들이 생각이 났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사진 몇 장을 보냈더니 퇴근길 지하철 문에서 읽고 있다며 시를 하나 보내왔다.
추강에 밤이 드니
-이정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구나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포트씨 밤낚시
-몽기
포트씨 밤낚시는
고기 말고도 채울 것이 많더라...
빈 배 저어도
아쉬울 것 없더라...
달빛 가득하니
오늘도 만선이다.
그랬다. 그냥 내 기분이 그랬다. 부드러운 바람맞으며 바닷가에 앉아 어둠이 내려앉는 밤바다를 내려보는 두어 시간들이 다 좋았다. 낚싯대를 정리하고 간이 의자를 접어들고 나오며 우리는 말했다. 담엔 그냥 의자만 들고 와서 앉아 있자.... 아무래도 우린 낚시꾼은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