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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르미 Sep 04. 2021

브며든다는것은.

행복을 나눠주시는 작가님들께 바치는 헌사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 아침 날씨를 보니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시작하고 싶은 날이네요. 어려운 글은 쓰기 싫고, 복잡한 글은 더더욱 싫어요. 식구들이 곤히 자고 있어서 저도 뒹굴거리며 제 마음에 스며드는 글만 편식하듯 깨작거리고 있는 아침이에요.


  어떤 작가님들은 브런치 픽과 에디터 픽의 글들이 넷플릭스의 추천만도 못하다고 하세요.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추천이 올라온 글들을 제법 읽는 편이에요. 브며들기 전에는(?) 찾아보는 것도 일이라... 사실 누가 차려준 밥상은 맛이 있든 없든 그냥 따봉이에요. 어우 따봉. 노티 나요.




  오늘도 브런치가 차려준 밥상을 통해 알게 된 작가님이 계세요. 집, 공간에 대한 글을 쓰시는 분이신데, 글에 당신의 성품과 철학, 삶의 목적을 분명히 담으셔서 감동을 먹었어요. 저도 살짝궁 중년이 되면서,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와닿았어요.


  아직도 어리긴 하지만, 더 어렸을 때에는 비현실적으로 형이상학적이어서 "나는 아무 데서나 살 수 있어. 공간이 뭐가 중요해?"라고 생각했어요. 아마도 교회에서 불렀던 이 찬송이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아직도 저 가사에 동의하기는 하는데, 이제는 '공간'의 중요성을 우습게 여기지는 않아요. 형이상학은 로맨틱하고 좋은데, 모든 관계들이 형이상학적이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네 삶은 층간소음 때문에 미워하지 않아도 될 사람을 증오하기도 하고, 뛰지 말라고 애들을 때려잡기도 하고, 방이 없어 싸우는 형제나 남매들을 보기도 하고, 손님이 한번 오려면 온 집을 다 뒤집어야 하니, 참 어렵고... 그래요.


  저는 몇 달 전 제 방을 만들었어요. 결혼하고 처음으로 제 방이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글이 술술 써지는 마법을 경험했어요. 서재 자랑은 다음에 할래요. 자꾸 글이 다른 데로 새네요. 토요일이라서?


  오늘 제가 그 작가님의 글에 브며든(브런치+스며든) 이유는, 공간과 구조에 대한 저의 고민에 작가님의 글이 닿았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부부 문제가 꼭 두 사람의 문제에서만 기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요.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을 보니, 이혼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거의 이런 느낌이었어요.


  '우리 서로 별로 싫어하지 않는데 왜 이혼했지?'

  '그러게.'


   관계적 구조적 문제들이 부부 갈등에 많은 영향을 줘요. 공간도 마찬가지예요. 할세권은 육아에 정신없을 때는 큰 도움이 되지만, 늘 좋지만은 않을 수도 있어요. 부모와 정서적, 재정적으로 독립이 되지 않으면 남편과 아내는 하나가 되기 힘들어요.


  저도 사랑채가 있는 집을 꿈꿔요. 이웃이 아이를 데려와서 맡기면 다른 이웃이 놀러 와 있다가 그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집. 손님 한번 초대하려면 온 집을 다 뒤집지 않아도 되는 집. 제가 미국산 호주산 세일하는 소고기를 구우며 불쑈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집. 스파게티 20인분을 하며 스파게티 면 던져서 철썩 벽에 붙이는 쇼를 할 수 있는 집. (지금 집에서는 못해요ㅠ 아파트라서ㅠ)


  그런 공간에서 함께 먹고 마시며 지친 부부들, 친구들, 동생들이 쉼을 얻고, 속내도 좀 털어놓고, 다시 사랑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인생 별거 없어요. 다 고기서 고기예요. 일단 모여서 고기를 먹으면 좀 나아요. (응?)




  브런치에서 어떤 인연은 글 하나로 마쳐지기도 하고, 어떤 인연은 평생의 지기로 발전하기도 해요. 어떤 작가님은 자석처럼 저를 끌어당겨요. 처음에는 글만 파편적으로 보다가 일부러 찾은 것도 아닌데 그분의 글을 여러 편 읽게 되고, 글의 인연이 겹치고 겹쳐서 "어라? 이 분이 이 글 쓰셨던 분이야? 세상에." 하면서 작가님을 찾아보고 이름을 기억하게 되기도 하고...


  브런치의 관계 맺기. 브며드는 방식은 개인의 취향이니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구독과 라이킷, 댓글 하나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알기에, 저는 막 시작하신 작가님들의 글도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면, "그 작가님의 글은 읽어야 돼."라고 생각하게 해 주시는 분들이 생겨요.


  그리고 이렇게 저를 '브며들게' 한 작가님들이 이제 제법 되세요. '취향 저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분들의 글은 어느새 팬이 되어서 찾아 읽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 이상하게 알람을 켜 놓았는데도 놓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이렇게 저렇게 찾아 들어가는 수고를 해요.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브며든 작가님의 글을 읽으러 찾아가는 여정의 풍경은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나러 가는 황금벌판 같아요.


  솔직히 1000원 정도의 후원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도 해 봐요. 카카오페이로 수수료 없이 결제해서 작가님을 후원하는. 심혈을 기울여서 쓰신 글 하나의 가격으로는 부족하지만, 브런치의 낭만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독과 라이킷과 댓글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동의하시는 작가님들은 글 마지막에 계좌 남겨주세요ㅋㅋㅋㅋㅋㅋ 단체로 퇴출당하려나요?^^;;


  쓰다 보니 어렵고 복잡하고 주제가 모호한 글이 되어버렸어요. (제가 정말 싫어하는ㅋㅋㅋ) 그래도 읽어주실 브친님들이 계셔서 행복한 토요일이에요. (이 무슨 근자감ㅋㅋ) 저도 다시 브며들러 갑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까지만요. 쓰는 즐거움, 읽는 즐거움을 주고받아 주시는 브친님들께 소심하게 사랑을 표현해 봅니다.


  브랑해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저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러 갑니다ㅋㅋㅋ


  P.S. 아... 글 쓸 때까지는 행복했는데 발행 누르니까 추천 키워드가 대놓고 '잡담'으로 떠서 살짝 맘 상했어요. (브런치 AI : 잡담을 잡담이라고 하는데 뭐가 문제야!!) 잡담을 써 놓고 잡담이라고 부르면 맘 상하는 게 작가라는 인종이란다 브런치야. '에세이' 있잖아 '에세이'. 일기도 잘쓰면 에세이라매. 카테고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좋은 말 놔두고 잡담이 모야 진짜. 흥칫뿡. 비뚤어질테다 흥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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