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예배시간이 다 되었는데 예배당 스피커가 고장 나서 목사님들과 집사님들께서 당황해하셨던 적이 있었어요."
지수는 마치 지금 눈앞에서 일어난 일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때 한 목사님께서 집사님들에게 빨리 가서 목음선생님 모셔오라 하신 말씀이 생각나요."
노인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얘기하는 지수가 재밌다.
"그때 작업복을 입고 할아버지가 한 집사님과 오셔서 순식간에 뚝딱뚝딱하시더니 고치셨잖아요.
고장 난 그 스피커speaker를."
노인은 허허 웃을 뿐이다.
"교회 몇몇 사람이 나를 목음이라 부르지만 나는 단지 교회잡일을 도와주는 노인일 뿐이란다."
잠시 교회의 십자가와 지수를 번갈아 바라보던 노인이 이어서 말을 한다.
"지수야 좀 전에 네가 교회 들어가기는 싫은데 예배는 드려야 한다면 오늘은 여기 텃밭 벤치에 앉아 기도를 드리는 것은 어떻겠니?
이 정도라면 하나님도 조금 봐주시지 않을까?"
노인이 지수를 바라보고 온화하게 미소 짓는다.
어쩌면 장난 같은 노인의 말이지만 역시 그 진지한 표정이 지수의 불안한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지수는 그날 벤치에 앉아 성경책을 읽고 기도했다.
그러다가 이해되지 않는 말씀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노인은 툭하고 던지듯 한마디를 한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고민하는 구절과 맞닿아 머리가 환하게 열리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수야 말씀을 듣다가 모르는 것이 있거든 목사님들께 여쭈어라.
질문하고 질문해라.
그래도 답을 얻지 못하거든 이 할아버지와 함께 기도해 보자. 기도하고 기도하다 보면 네 안에 계시는 하나님께서 답을 주실 거란다."
노인은 이어서 말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구하는 자는 찾을 때까지 구함을 그치지 말라.
찾을 때 고통스러우나 경이로울 것이고 모든 것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 "
노인의 말에 지수는 그동안 자신이 왜 그렇게 답답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 모르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자. 질문하고 또 질문하자. 하나님을 알기 위해 나는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혼자 괴로워하고 피하기만 했었다. 이제는 함께 찾아보리라. 그 가운데 결국 내 안의 하나님이 답을 주시리라.
지수는 이제 더 이상 교회 앞에서 안절부절하지 않는다.
기쁜 마음으로 교회를 향하는 지수를 바라보는 노인은 다시 여느 때처럼 밭에 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