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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날 백대백 Jun 24. 2024

낮은음 자리표

19. 몽듀!(My God!)


"몽듀! 쎄 딜리씨유!(세상에나! 맛있어요!)"

예수님을 닮은 그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눈물을 흘린다.

아마도 그것은 단지 커피맛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마치 커피의 쌉싸름함이 우유의 부드러움과 어우러져 절묘한 맛으로 거듭나듯 그동안 그가 힘겹게 지나 온 여정에 대한 회고와 고향에 대한 향수 그리고 신앙에 대한 믿음이 한데 섞여 지금의 굳건한 자신으로 새로 태어난 것을 표현한 맛이리라.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감동의 눈물이리라.

"쎄 듀 카페오레(우유를 넣은 커피입니다.)"

지수는 그의 감탄에 대해 프랑스어로 응대한다.

순간 그는 프랑스어를 듣고 놀라 지수를 바라본다.


그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가난하지만 신앙심이 깊은 집안에서 성장하여 신학교에서 교수생활과 지도신부역할을 담당하다가 극동선교를 지원했다.

처음 마카오를 거쳐 만주에서 십여 년 사목 하다 조선으로 발령을 받게 된 것이 그의 나이 사십일 때다.

다시 새로운 언어와 풍습을 배우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는 오직 조선의 선교를 위해 목숨을 건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숙원 지씨는 신부가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를 조선선교의 방편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는 것을 듣고 그런 그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이렇게 지수와 목숨을 건 위험을 감행했던 것이다.


이날 숙원은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했다.

'탁덕(鐸德;신부)님

용서해 주세요.

저는 사람들을 미워했습니다.

대왕대비를 증오하고

저를 외면한 이 나라 왕,

범이에게 분노했습니다.

내가 궁으로 시집가는 것을 끝까지 막지 못한

나의 아버지 어머니를 원망했습니다.

이러한 자신이 싫었고

나를 속박한 왕궁이 싫었고

조선이라는 이 나라가 싫었고

세상을 만드신 천주님이 싫었습니다. 싫었습니다.

탁덕님

이런 저를

용서해 주세요.'


숙원과 지수는 말없이 남문으로 향한 어두운 밤길을 걷고 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의 불빛이 어지럽게 날리고 풀벌레 소리만이 그들의 침묵을 깨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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