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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어가든 Nov 06. 2022

서울의 비둘기


서울의 비둘기



회사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인근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은퇴한 동네 주민들과 근처 직장인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각자 하고싶은 일을한다. 


푸들을 산책시키는 아주머니, 

직장 상사와 후임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 둘, 

회사에 돌아가기 아쉬워 우는 소리를 하는 젊은 여자 둘,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옹알대는 세살 남짓의 남자아이.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평화를 깨는 존재, 

모두의 기피 대상인 비둘기를 지켜보았다.

제법 통통한 덩치의 비둘기 두 마리가 흙바닥을 콕콕 쪼아댄다. 

조그만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리듬을 타고 마른 낙엽잎을 뒤집었다가, 

돌알갱이를 부리에 넣었다 뱉어보기도 하고... 아무튼 바쁘다.


여기 모인 사람들 처럼 개를 산책 시킬 임무가 있는것도 아니면서. 

말끝마다 임마 거리는 선배 비위 맞추느라 진땀을 빼는 것도 아니면서. 

짧은 휴식 뒤 긴 업무가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면서. 

바닥을 연신 쪼아대느라 바쁘다.


잘보니 그 중 한마리는 한쪽 다리를 절뚝댄다. 

아예 디딜 수 없는건지 한 걸음 뗄 때 마다 반대쪽 다리로 서둘러 몸을 지탱한다.

쩔뚝 쩔뚝 대면서도 머리로 리듬 타는것을 잊지 않고 눈을 끔뻑대며 흙바닥을 열심히 돌아다닌다.


문득 궁금해진다. 

저것도 자연치유가 되나? 

절뚝거릴정도로 아픈 다리도 저절로 나을 수 있을까?

누군가 동물병원에 데려갈 일도, 보호 해 줄 일도 없다.


도심속 야생 조류, 서울의 더러운 비둘기. 

아이의 발길질에 저 멀리 날아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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