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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즈 May 08. 2023

'기념'과 '추모'의 의미에 익숙해지기

[근무일지] 전쟁의 역사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전쟁의 역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 있어하는 주제인 듯하다.

역사덕후와 밀리터리덕후라는 단어는 있으나 조선덕후, 고려덕후라는 단어는 많이 쓰이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병아리 역사학도로서 많은 이들이 흥미로워하는 주제를 다룬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처음으로 논문을 썼을 때는 발견한 사료의 온갖 것을 가져다 근거로 쓰고, 자신의 논지를 주장하기 위해 벽돌부터 차곡차곡 쌓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했었더랬다. 

하지만 이번 교육은 '전쟁'을 설명하기 위해 그 많은 것 중 선별하고 다듬는 작업을 했다.

그동안 대학에서 많은 사료를 본 것은 '배움'의 과정이었고, 교육을 위해 좋은 자료로 왜곡되지 않은 선에서 다듬어 교육안을 만드는 것은 '실전'의 과정이었다.




이번 교육에서는'전쟁'을 '기념'하는 행위에 아이들이 익숙해지길 바랐다. 그 본질이 왜곡되지 않은 선에서 말이다. 전쟁의 역사를 기록하는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말해주고 싶었다. 또한, 박물관과 기념관의 차이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래서 이번 교육을 위해 뉴욕의 9.11 메모리얼 뮤지엄(911 memorial & museum)의 교육프로그램을 조사했다.  9.11 메모리얼 뮤지엄은 자체적으로 교수학습과정안을 개발하여 학교에 배포하고 있는데,  

Memorizing 911이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어 아이들이 추모와 기념의 의미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었다. 


https://www.911memorial.org/learn/students-and-teachers/lesson-plans/paying-tribute-attacks


이 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인 것은 교수자가 사건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만 하고 관련 읽기 자료를 아이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아이들은 직접 트윈타워의 그림을 보고 검색을 하며 9.11 테러의 내용을 숙지한다. 이러한 방법은 교수자 본인의 사상이나 생각이 아이들이 사건을 이해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추상적인 '추모'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추모행사와 추모교육의 예시를 모아 제공한다. 추상적인 단어를 설명하는 데에는 많은 예시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번 수업에서 꼭 다루고 싶었던 것이 전쟁을 후대사람들이 '기념'하고 있는 의미와 영향에 관한 내용이었다.


전쟁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추모와 기념을 함께 하는 'Memorial'의 의미.
그것은 교과서에서 다루어지는 소수 영웅들의 서사에서 나아가 이름 한번 불려보지 못한 17만 명 혹은 그 이상, 전쟁과 관련된 그 모든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5차시 동안은 역사책에 큼지막하게 기록된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서사를 풀어나갔다. 

마지막 6차시 수업에서는 이름을 다 부를 수 없는 수많은 사람을 잊힘으로부터 지켜나가는 방법으로서 '기념'과 '추모'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그들을 기록하는 것도 역사학의 일부분이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로 수업은 끝이 났다.


역사학을 전공하였지만 아직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어렵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아이들은 들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이들 덕분에 교육이 완성되었다. 이렇게 좋은 아이들을 만난 것은 참 행운이다. 

모두가 말하고, 듣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것이 익숙해졌다.


앞으로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교육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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