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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Mar 07. 2024

밑줄

10년 만에 꺼내 읽는 책에 군데군데 밑줄이 그어져 있다. 밑줄들은 行間에 길고 납작하게 엎드려 밑줄 그은 자의 뜻을 헤아려 보려고 오랫동안 기다렸을 것이다. 책을 읽던 나는 희미해진 밑줄이 눈에 들어왔으나 짐짓 외면하며 좌측 상단부터 천천히 글자들을 훑었다. 한번 밑줄에 눈길을 주면 밑줄 없는 모든 행들은 들러리나 서다가 시야에서 슬그머니 사라질 것이므로. 그런데 참으로 모를 일이다. 밑줄 그은 행들을 다시 읽어보니 도무지 무슨 생각으로 밑줄을 그은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또 다른 행간에 밑줄을 긋겠지만 더 이상 밑줄을 믿지는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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