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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May 07. 2024

흰샘의 한시 이야기_떠돌이 아들의 노래

遊子吟[유자음]  떠돌이 아들의 노래 

         

慈母手中線(자모수중선)  어머니 바느질로 지으신 것은

遊子身上衣(유자신상의)  떠도는 아들 몸에 걸친 옷이지.

臨行密密縫(임행밀밀봉)  떠나올 때 꼼꼼히 꿰매신 뜻은

意恐遲遲歸(의공지지귀)  행여라도 돌아올 길 늦어질까 봐.

誰言寸草心(수언촌초심)  뉘 했던가, 한 도막 풀의 마음이

報得三春暉(보득삼춘휘)  석달 봄 햇살 은혜 갚는다는 말.

[번역: 흰샘]          


시적 화자가 어디에도 몸과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떠돌이였는지, 아니면 공부를 하러 떠났거나 과거시험을 보러 떠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유자(遊子)라는 말은 그 모든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무엇이 되었든 ‘집 떠나면 개고생’을 하는 떠돌이라는 사실이다. 

어머니가 먼길 떠나는 자식을 위해 손수 바느질을 하여 옷을 짓는다. 그런데 바느질이 한 땀 한 땀 더할 수 없이 꼼꼼하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집을 떠나는 자식이 금세 돌아온다면 상관없겠지만, 언제 돌아올지 기약 없는 자식의 떠돌이 생활이 길어진다면 바느질을 대충해서는 금세 옷이 터지고 뜯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미 遊子의 나그넷길이 길어진 즈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새삼 떠나올 때 꼼꼼하게 바느질해서 옷을 지은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한 도막 봄풀처럼 연약하고 미력한 자식이, 만물을 따스히 보듬어 키우는 봄 햇살 같은 부모님의 은혜를 갚을 길이 없다는 것을. 

  

중당(中唐) 때의 시인 맹교(孟郊, 751~814)의 작품이다. 맹교의 자(字)는 동야(東野)로, 흔히 맹동야(孟東野)라고 부른다. 당시 최고의 학자이자 문인인 한유(韓愈)와도 교분이 깊었다. 맹교는 과거에 번번이 낙방하고 46세의 늦은 나이에 진사에 합격하여 51세에 비로소 율양현위(溧陽縣尉)라는 미관말직을 얻었다. 그러나 직무에는 별반 관심이 없이 시나 읊고 다니는 꼴을 보지 못한 현령이 봉급을 반으로 줄이고 다른 사람을 대리 현위로 삼자 맹교는 바로 벼슬을 던져 버렸다. 말년에 지인의 추천으로 역시 미관말직을 하나 얻어 임지로 가던 중 병으로 죽었다. 일생이 회재불우(懷才不遇)했던 시인이 바로 맹교였다.     

이 시는 맹교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 바로 이해가 된다. 자신의 고백이기 때문이다. 번번이 과거에 낙방하고 실의와 좌절 속에 사방을 떠도는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과 걱정을 ‘밀밀(密密)’과 ‘지지(遲遲)’ 두 구절에 오롯이 담았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촌초춘휘(寸草春暉)’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얼마 전 나는 시골집에 갔다가 어머니가 손수 바느질하여 만드신 나의 배냇저고리를 만났다. 마치 재봉틀로 박은 것처럼 실밥 하나 드러나지 않게 꿰매신 어머니의 뜻을, 이 시를 보며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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