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국제작가축제 작가들의 수다 온라인 대담을 들었다. 인도 철학을 공부했다는 한 시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대립되는 것을 동등하게 여겨라.' 예를 들어, '승리와 패배를 동등하게', '이룬 것과 못 이룬 것을 동등하게 여긴다'는 것. 순간 머릿속에 느낌표가 그려졌다.
산책하며 이 문장에 관해 생각해 본다. 이룬 것과 못 이룬 것이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어떤 목표를 정해서 그것을 이루었을 때는 성취감도 들고 기쁠 것이다. 예를 들어,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했거나 어떤 문학상 공모전에 작품을 냈을 때라고 가정해 본다. 만약 이루지 못했다면? 좌절하고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더 열심히 할 걸 후회할 것이다. 그런데 그 둘이 같다니!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이룰 수 없었다면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된다. 이루지 못했으면 다음 기회에 이룰 수 있으므로 좌절할 필요가 없다. 성취하지 못했더라도 그 과정을 열심히 지나왔다면 이룬 것과 다름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요즘 짬나는 시간에 시를 생각하며 몰입하는 시간이 좋다. 어떤 단어가 좋을지 찾아 읽어보고 새로운 것들을 알고 탐구하는 과정이 즐겁다.
며칠 전 TV 다큐 프로그램을 봤다. 진행자는 한 동네를 돌아다니며 명소를 살피고 그 지역 사람들과 만났다. 진행자와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한 아파트 상가에 자리한 콩국숫집을 방문했는데 주인장 아주머니가 이야기하는 스토리가 가슴에 와닿았다. 왜 그렇게 힘들게 일했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마음을 떠올려 보고 그 이야기를 시로 써본다. 쓴다는 것은 주위를 더 살피게 하는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