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아이린 Sep 23. 2024

모든 감정은 다 옳다

시 회색 곰에게

 사이버대학에서 감정코칭에 관한 수업을 듣고 있다. 최근 강의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모든 감정은 다 옳다'는 것이다. 나는 불안, 공포, 슬픔,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아프고나서부터 슬픈 감정이 마음에 시냇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 대신 긍정적인 감정을 택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런 불쾌한 감정뿐만 아니라 모든 감정은 그렇게 느껴질 만한 이유가 있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또, 모든 감정은 우리의 삶에서 생존과 적응에 기여한다. 그른 감정이란 없다. 이 말이 와닿았다.  


 해로운 감정이 존재하기는 한다. 예를 들어, 불안을 느껴 걱정하느라 잠도 못 자고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는 것처럼.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늘 불안과 걱정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병이 왔을까. 불안은 보통 눈앞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염려해 느끼게 되는데 이런 감정은 떠나보내는 게 좋다.


 예전에 슬픔이라는 늪에 서서히 가라앉으며 무기력감에 빠진 적이 있다.  갇힌 느낌에 답답하고 그냥 우울했다. 엄마 또래 아주머니들은 다 건강하게 잘 다니는데 '우리 엄마는 왜 그럴까?' 비교하며 부러워하곤 했다. 지금은 운명이라고 받아들인다.

 슬픔은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관한 감정이다. 엄마가 건강을 잃어 예전의 엄마로 되돌아갈 수 없기에 슬펐던 거다. 글을 쓰며 슬픔이 내게 무엇을 가르쳐 주기 위해 찾아왔을까 생각해 본다. 


 감정 해소를 위해서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우선 몸 밖으로 꺼내야 한다. 감정단어를 명명하고 말, 글, 몸으로 밖으로 꺼낸다. 내 감정을 잘 들어줄 수 있는 대상에게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운동이나 노래하기처럼 몸으로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내 경우엔 글쓰기였구나 하며 되돌아보게 된다. 감정에 주의를 집중시켜서 끝까지 따라가면 해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글을 꾸준히 써야겠다.




회색 곰에게

 

등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커다란 회색 곰

어디를 가도 떨어지지 않는다


길을 걸어갈 때도

운동장을 달릴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크기가 조금 작아질 때가 있을 뿐

분신처럼 따라다닌다


아끼던 우산을 잃어버린 날

비를 맞으며 집에 가는데

그가 대공원 연못에서 건진 

초록 연꽃잎 우산을 건넨다

후후 이게 뭐야

처음으로 그를 

지그시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구월을 지나다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