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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린 Mar 20. 2021

인간관계의 정리

나는 다니던 회사를 퇴사 후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싶었습니다. 남들은 그렇게 좋은 회사를 왜 그만두었는지 의문을 가졌지만 직장이란 곳은 내가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 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던 그 생각만은 사직서를 쓰고 사원증을 반납하고, 마지막 퇴근하는 순간까지 변함이 없었습니다. 


자발적 백수가 되었지만 별로 슬픈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두려움과 기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이 기분도 잠시 뿐 나의 퇴사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행동이 달라졌습니다. 


"퇴직금 얼마 받았냐?"

"나 별로 안 되는데???"

"그래서 얼마 받았는데??"


또 어떤 사람들은

"나 돈 좀 빌려주라. 병원비가 모자라서..."

"주택 경매에 투자할 생각 없냐?"

"매장도 없이 무슨 온라인이에요? 신고당하면 어쩌려고요? “

"신고당해서 벌금 못 내면 깜방 가요."

"여기 가게가 나왔는데 인수할 생각 없어요?"

"내가 내년에 이러한 사업을 할 건데 내 밑에 들어올 생각 없어요?"

등등 머리가 아플 정도로 정말 많은 말들이 나왔습니다.


나는 타인이 말하는 이런저런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실제 어떤 카페 인수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해 봤는데 그 주인장은 어떻게든 그 카페를 빨리 팔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습니다.

“운영하다 망하면 어떡하죠?” 

매장을 단 한 번도 운영해 본 적는 나는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왜 망하는 걸 생각합니까? 돈 버는 걸 생각해야죠.”

사실 돈 버는 게 우선순위가 맞습니다. 다만 애써 모아 놓은 자금을 카페에 모두 투자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사장님은 내게 장부까지 보여주면서 “한 달에 월세 OOO을 빼면 순이익은 이렇게 나옵니다.”라고 설명까지 해 주었습니다. 나는 며칠 동안 생각해 보고 고민한 끝에 카페 인수를 거절했습니다. 


안정적인 운영을 원하는 나를 보면서 어떤 이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공무원을 하세요. 앞으로 공무원을 더 많이 뽑았으면 뽑았지 줄이진 않을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나 외에도 다른 몇몇 사람들에게

집 팔아서 사업해라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그걸 사업 자금으로 활용해라

등 이런 식의 영업을 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중 일부는 회사 선, 후배도 있었고, 동호회를 다니면서 알게 된 사람들도 있었는데 가장 가까이서 믿던 사람들은 내가 퇴사하자마자 무언가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나는 이제까지 알았던 많은 사람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가끔 영업과 상관없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위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나는 그때 인간관계를 정리 한걸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퇴사 후 새롭게 얻은 기회는 오히려 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기회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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