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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키 Jul 21. 2023

어느 래퍼의 러브레터, 수신인은 힙합

더 루츠의 Act Too (The Love of My Life)

블랙 소트의 러브레터


My eternal beloved hip hop is where our hearts live

내가 영원히 사랑하는 힙합은 우리 가슴 안에 있지


힙합 탄생 50주년을 맞아 래퍼 블랙 소트는 편지 한 통을 보낸다. 수신인은 힙합이다. 비트 없이, 그는 5분 동안 아카펠라 랩을 선보인다. 힙합 선구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블랙 소트는 50년 동안 이어져 온 문화에 존경과 사랑을 드러낸다. 힙합을 향한 블랙 소트의 러브레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가 속한 힙합 그룹인 더 루츠의 명반, <Things Fall Apart>의 수록곡 “Act Too”에서도 그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순애보도 이런 순애보는 없다.


The Roots - Act Too (The Love Of My Life)


The anticipation arose as time froze

기대치는 기다릴수록 올라가지
I stared off the stage with my eyes closed
난 눈을 감은 채 무대를 바라봤네

And dove into the deep cosmos
그리고 깊은 저 우주 속으로 뛰어들었어

The impact pushed back the first five rows
그 충격으로 다섯 번째 줄까지 뒤로 밀렸지


래퍼의 시점으로 시작하는 블랙 소트의 첫 번째 벌스는 오로지 래퍼만이 느낄 수 있는 초현실적 경험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난 눈을 ‘감은 채’ 무대를 바라봤네 / 그리고 깊은 저 우주 속으로 뛰어들었어. 블랙 소트의 표현은 그가 지금 하는 행위가 물질세계를 넘어서 영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다. 힙합과 나, 진정한 합일. 그런 블랙 소트의 아우라에 관객들은 확실하게 감화된다.


래퍼 탈리 콸리는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블랙 소트의 첫 네 마디를 주저 없이 읊는다. 탈리 콸리는 “Act Too”를 듣고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까지 한다. 그리고 블랙 소트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탈리 콸리도 마찬가지로 블랙 소트의 경험을 했던 것일까? 이들은 분명 통하는 게 있다. 라킴을 시작으로, 빅 대디 케인, 쿨 지 랩, 빅 펀으로 이어지는 힙합 계보를 뒤이으며 이들은 평생을 힙합에 헌신했다. 이들의 삶은, 힙합이 이끌었다.


But before the raw live shows, I remember I's a little snot-nosed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난 건방졌던 어린 나를 기억해

Rockin' Cazal goggles and Izod clothes
카잘 안경과 아이조드 옷을 찼지

Learnin' the ropes of ghetto survival

게토에서 살아남는 그 무력함을 배우면서

Peepin' out the situation I had to slide through
내가 겪어야만 하는 상황을 엿보았어

Had to watch my back, my front, plus my sides too
내 뒤를 봐야 했어, 내 앞, 내 옆도 마찬가지

When it came to gettin' mine, I ain't tryin' to argue
그것이 날 잡으려 할 때, 난 따지려고 시도조차 안 했어

Sometimes, I wouldn'ta made it if it wasn't for you
가끔은, 네가 아니었다면 무엇도 이루지 못했을 거야


블랙 소트는 굴곡진 어린 시절을 보냈다. 첫돌이 되기도 전에 아버지가 사망했으며, 여섯 살 때는 집이 불타 없어지는 비극을 경험해야 했다. 그런 꼬마 아이에게 힙합은 분명 탈출구였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라임을 짜고 뱉었다. 빅 대디 케인과 쿨 지 랩을 그렇게 많이 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Set If Off”라는 곡에서 빅 대디 케인이 외친 두 이름, 호크와 스무스를 합쳐 호크 스무스라는 예명으로 초반에 활동하기도 했다.


래퍼로서 본격적인 커리어는 고등학교에서 아미르라는 이름의 - 후에 더 루츠의 드러머인 퀘스트러브가 될 - 동급생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둘은 팀을 이루가능한 많 공연을 뛰면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모색했다. 네가 아니었다면 무엇도 이루지 못했을 거야. 만약 래퍼 블랙 소트가 아닌, 타릭 트로터(그의 본명)로 게토에서 계속 살았다면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고등학교 때 이미 마약에 손을 댔고, 어머니는 심각한 마약 중독에 고통받았다는 사실을 미루어 상상해 보자. 단연코 힙합은 그를 구했다.


Hip-hop, you the love of my life and that's true
힙합, 넌 내 삶의 동반자고 그건 사실이지

When I was handlin' the shit I had to do

내가 해야만 하는 일로 씨름하고 있을 때

It was all for you, from the door for you
이건 모두 널 위해서였어, 널 위해 문에서

Speak through you, gettin' paper on tour for you
너를 통해 말하고, 널 위해 투어로 돈을 벌고

From the start, Thought was down by law for you
시작에서부터, 생각(블랙 소트)은 널 위해 이루어졌지

Used to hit up every corner store wall for you

모든 상점 벽에다가 널 위해 그리곤 했어

We ripped shit, and kept it hardcore for you
우린 취하기도 했고, 널 위해 항상 진실하였지

I remember late nights, steady rockin' the mic
지난밤들을 기억해, 마이크를 쥐어 잡고서


혹시 힙합을 향한 블랙 소트의 사랑이 부담스러운가? 그렇다면 커먼의 “I Used to Love H.E.R”를 들어보자. 커먼은 곡에서 한 여성과의 만남에 대하여 얘기한다. 그녀와 어떻게 처음 만났고, 그녀와 무엇을 했으며,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기대와는 다르게) 바뀌어 가는지. 커먼이 시종일관 말하고 다니는 그녀는 ‘힙합’이다. 커먼은 힙합을 인격화하며 그녀에 대한 짙은 애정을 보낸다. 블랙 소트는 커먼의 노래에 영향을 받아 “Act Two”의 가사를 썼다고 한다. (커먼은 "Act too"의 두 번째 벌스에서 피처링으로 등장한다.)


이들의 사랑이 여전히 부담스러운가? 그렇다면 이번엔 영화 <흑설탕>(원제: Brown Sugar)를 보자. 힙합 평론가 시드니는 매번 이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한다: 언제 처음 힙합에 사랑에 빠지게 되었나요? 그런 시드니와 그녀의 소꿉친구 드레는 서로에 대한 사랑이 있음에도, 친구 사이라는 이유로 연인으로 발전하는 데 난항을 겪는다. 영화 막바지 이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묘한 감정을 부른다. 표면적으로 영화는 남녀의 사랑에 관하여 다루지만, 블랙 소트와 커먼의 가사처럼 우리는 이것이 힙합을 연인 빗대어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힙합을 사랑하는 게 조금은 자연스럽달까?


Hip-hop, you the love of my life

힙합, 넌 내 삶의 동반자

So tell the people like that y'all, and it sounds so nice
그러니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해줘, 듣기에 너무 좋지

Hip-hop, you the love of my life
힙합, 넌 내 삶의 동반자

We 'bout to take it to the top

우린 끝까지 함께할 거야


우리는 지금 힙합과 언약식을 하는 래퍼를 보고 있다. 블랙 소트는 쉰이 넘어가는 나이에도 힙합과 꾸준히 교감하며 작업물을 내고 있다. 2022년에는 데인저 마우스와 <Cheat Codes> 앨범을 발매하며 그의 사랑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블랙 소트는 <흑설탕>에서 시드니와 드레처럼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1999년에 말했고, 그로부터 24년이 흐른 2023년에도 말했다. 힙합 100주년이 되는 해에도 그는 또 다른 러브레터를 쓸 것이다. 지금도 계속 쓰고 있겠지. 변함없는 사랑, 그리고 평생에 걸친 헌신. 이 남자는 확실한 로맨티시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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