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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키 Mar 30. 2023

다정한 스윗백의 $되는 노래 (1)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 입문하기

 미국 영화사에서 1971년은 상징적인 해이다. 기존 성공 공식을 되풀이하는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힙하고 신선한 영화 장르가 극장가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이들 영화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폭력적이고, 외설적이고… 그러다 보니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지나쳤다. 가장 중요한 건 영화가 흑인 감독 연출에 흑인 배우 주연이라는 사실에 있다. 이들은 (흑인 영화인으로서는) 전례 없는 흥행 기록을 세우며 파산 직전의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를 구해냈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 그렇게 영화 산업에 제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 발음하기도 어려운 장르 용어는 흑인을 뜻하는 ‘블랙’과 착취를 뜻하는 ‘익스플로이테이션’이 합성된 것이다. 초기 영화는 소규모 자본으로 제작되어서 도심 지역에 있는 흑인을 대상으로 상영했다. 1970년에 개봉한 <Halls of Anger>, <Right On!> <Tick, Tick, Tick>, <The Liberation of L.B. Jones> 같은 영화들은 많은 흑인 관객을 모으며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할리우드는 돈 냄새를 맡고 지역 영화관을 어슬렁댔다.


 1960년대 후반 당시 미국 영화 산업은 벼랑 끝에 서 있었다. TV의 대중화와 기존 할리우드 공식에 대한 피로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급격히 준 것이다. 영화 제작자들은 확실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공식을 찾으려 했다. 마침 미국에는 큰 변화가 있었는데, 백인들은 살기 좋은 교외 지역으로 이동했고 흑인들은 낙후된 도시 중심 지역에서 머물렀다. 흑인 밀집 지역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곳의 시장 또한 커졌다. 만약 이들 모두가 극장을 찾는다면 할리우드 제작사는 적어도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멜빈 반 피블스의  <다정한 스윗백의 $되는 노래>


 그리고 1971년에 영화 하나가 개봉했다. 흑인 감독이 직접 출연하고 연출하고 제작하고 작곡까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영화는 저예산 영화 꼬리표에 불구하고 제작비의 약 27배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할리우드는 옳다구나 했다. 이런 방식으로 우려먹으면 올해는 든든하겠구나. 하지만 영화의 제목이 조금은 수상하다. <Sweet Sweetback’s Baadassss Song>, 한국어로 직역하면 <다정한 스윗백의 $되는 노래*>. 영화의 첫 시퀀스는 수상을 넘어서 충격이다. 이것은 내러티브 영화인가, 그저 포르노그래피 영화인가. 할리우드는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멜빈 반 피블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 ㅈ

** 시간 될 때 마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 관련글을 업로드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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